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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뉴욕發 기본소득 위기...한국 대선 파장은?

뉴욕시장, ‘현금 지원’ 공약 후보 고배

韓, 대선주자 퍼주기 매표 경쟁 가열

국가부채 급증 못 막으면 ‘그리스 길’

빚폭탄 초래하는 ‘공짜 점심’ 경계를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선 ‘공짜 점심’ 카드가 통하지 않았다.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운 앤드루 양(45) 후보의 뉴욕시장 꿈이 좌절됐다. 양 후보가 22일 실시된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4위로 떨어져 패배를 선언함으로써 기본소득 실험은 물 건너갔다. 중간 개표 결과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후보가 31%를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나 양 후보는 12%가량 얻는 데 그쳤다.

대만계 이민 2세인 양 후보는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월 1,000달러(약 110만 원) 규모의 ‘자유배당금’을 주겠다고 공약해 돌풍을 일으켰으나 지지율 부족으로 중도 사퇴했다. 이어 뉴욕시장에 도전한 양 후보는 기본소득 보따리를 다시 들고 나왔다. 다만 빈곤층 50만 명에게 연간 2,000달러(약 220만 원)를 주는 것으로 축소했다. 지난 4월까지도 기본소득과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대한 관심이 겹치면서 양 후보는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불황 국면에서는 기본소득이 눈길을 끌었으나 경제가 회복되면서 현금 복지보다는 치안 유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뉴욕 실험의 불발로 세계에서 기본소득이 시행되는 곳은 미국 알래스카주 한 곳에 그치게 됐다.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를 팔아 만든 기금으로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매년 100만~200만 원의 ‘영구기금배당’을 지급한다. 스위스에선 2016년 기본소득 도입 안건이 국민투표에 부쳐져 77%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나 대선을 8개월여 앞둔 한국에선 기본소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먼저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인당 연간 1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늘려나가는 전 국민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에 뒤질세라 지난해 9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정강정책 1조1항에 ‘기본소득’ 문구를 넣었다.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맞불 카드로 각각 하위 계층 개인이나 가구에 현금을 주는 ‘공정소득’과 ‘안심소득’을 내놓았다.



여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난하면서도 다른 형태의 현금 퍼주기 방안을 꺼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제대 군인의 ‘사회출발자금’ 3,000만 원 지원과 아동수당 18세까지 확대 방안 등을 공약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국가가 20년간 적립한 돈으로 사회 초년생에게 1억 원씩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재원 대책을 제시한 주자는 없기 때문에 결국 기본소득 지급은 증세나 나랏빚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니 “한 후보가 독일제 승용차를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니 다른 후보들이 미국 차나 한국 차를 선물로 내놓겠다고 맞불을 놓는 격”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국가 부도 사태를 빚은 그리스의 풍경을 소환하게 된다. 그리스는 1980년까지 조선·석유화학·자동차 산업 등이 발달했고 재정이 튼튼했다. 그러나 1981년 집권한 사회당은 공무원 대폭 증원과 최저임금 과속 인상, 무상 의료·교육 정책 등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은 추락하고 국가 부채는 급증했다. 1980년 22.5%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1983년 33.6%로 늘었고 1993년에는 100.3%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야당도 퍼주기 경쟁에 가세했다. 남은 길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의 구제금융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급증과 최저임금 인상, 여야의 무상 복지 경쟁 등은 그리스와 너무 닮았다. 부동산·일자리 정책 실패 등으로 삶의 기반이 무너진 약자를 위해선 사회 안전망 확대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이 무차별 매표 경쟁의 늪에 빠지면 그리스의 전철을 밟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 망국의 길을 피하려면 포퓰리즘과 기본소득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속담에 ‘외상이면 황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미래의 빚 폭탄으로 이어지는 공짜 점심을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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