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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슬기로운 1차 의료를 위하여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사진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 의료 제도에서 가장 긴급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늘 같은 맥락의 답을 한다. 1차 의료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질병을 가진 고령사회에서 1차 의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별 환자의 의료 이용 편리성 측면에서도 그렇고, 거시적 의료 체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에 가끔 “1차 의료가 뭔가요” 하는 당혹스러운 질문이 되돌아오기도 한다. 1차 의료는 환자가 의료진과 첫 번째로 만나는 지점이다. 당연히 1차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은 환자를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 한 번 방문한 환자는 지속적으로 같은 곳에 가는 것이 좋다. 1차 진료의는 환자에게 지역사회 내에 있는 각종 의료 복지 자원을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의료의 질도 높아야 한다. 의료 서비스의 중심에 환자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설명해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좋은 1차 의료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1차 의료가 발전한 것으로 유명한 나라를 가보자. 이들은 대개 여러 명의 의사가 팀을 이뤄 진료한다. 전문의 한 사람으로는 포괄적 진료를 하면서 발전하는 의학 지식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을 진단하고 관리한다. 대개의 경우 일반 인구 집단의 환자가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할 때 이들 1차 의료 기관에 의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의료 이용의 문지기(gatekeeper)’인 셈이다. 주로 만성질환자 상담과 처방·교육에 힘쓴다.

한 명의 의사가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검사나 수술을 많이 하는 우리 의원과는 사뭇 다르다. 환자를 놓고 종합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 등과 경쟁하는 모습과도 다르다. 이들의 1차 의료 기관은 상급 병원과 공생 관계에 있다. 때로는 상급 병원 의료 이용에 결정권을 갖기도 한다. 1차 의원에 입원 병상을 갖추고 있는 우리 현실은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좋은 1차 의료 기관의 모범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정석대로 진료하는 1차 의료 기관이 국내에도 많다. 이런 곳을 찾아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모범적인 1차 의료 기관에 더 큰 경제적 보상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수술을 하지 않고도 품위 있는 의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차 의료 기관의 의료를 평가해 끊임없이 질을 높이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더욱 높은 수준의 정보화는 필수다. 성선설에 기반한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굳이 슈바이처가 아니더라도 진료에서 소소한 보람을 찾는 의사들이 1차 의료 기관에서 일하기를 꿈꾸게 만들기. 슬기로운 1차 의료 정책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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