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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자녀는 27세까지 '외교관 여권' 발급?

비엔나 협약 따라 자녀도 '면책특권'

선진국은 자녀 성인되면 박탈하는데

한국은 만 27세까지 외교관 특권

외교부 "27세는 돼야 경제적 독립"

국회 특혜 폐지 나섰지만 의지 의문

되레 '의원도 외교 여권' 특혜 넣기도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도입될 차세대 여권. 제일 오른쪽에 위치한 적색 여권이 외교관여권이다./사진제공=외교부




외교관 자녀들이 성년이 지난 만 27세 미만까지 공항 의전과 범죄 면책 등 각종 특혜를 외교관여권을 통해 누리고 있어 논란이다. 일반 국민들은 성년이 되면 스스로 비자를 받고 해외에 나가야 하지만 외교관 자녀들은 성년이 된 지 8년이 지나도 외교관급 특혜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불공정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외교부가 특권 세습을 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가 나서 미성년 자녀에만 외교관여권을 발급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에 나섰지만, 논의가 적극적이지 않아 법 개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외교관여권을 발급받은 20세 이상 27세 미만의 성인 자녀들은 408명에 달했다. 현행법상 외교관 등 외교관여권 발급 대상자라면 그들의 만 27세 미만 미혼 자녀도 외교관여권을 발급해준다. 이에 외교관 여권의 발급 대상이 외교관의 만 27세 미만 미혼 자녀에까지 발급되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외교관은 국가 간의 중대사를 맡은 특수성을 감안해 여러 국가들이 1961년 합의한 비엔나협약(제29조)에 따라 ‘신체불가침’ 특권을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외교관은 해외에서 죄를 지어도 현지 국가에서 처벌되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지게 되고(비엔나 협약 제31조), 함께 해외로 나간 가족들도 동일한 혜택을 적용받는다. 가족에 대한 안전을 보장해 외교관의 대외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과 세계 각국 간 맺은 다수의 사증 면제 협정에 따라 외교관여권 소지자에 대해서는 사증 심사가 면제되는 경우도 많다.

인천공항 입국장 전광판에 영국 런던 출발 항공기 도착 관련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이 같은 특권을 외교관 자녀가 성년이 된 지 8년이 지난 만 27세까지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년(민법 제4조·만 19세 이상)이 되면 스스로 결혼을 결정할 수 있고 부모 동의 없이도 자유롭게 주거지를 이동하는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도 보장받는다. 하지만 외교관 자녀들은 성년이 된 지 한참이 지나서도 외교관 여권을 보유한 채 특혜를 보장받고 있다.

반면 선진국 대부분은 외교관의 자녀가 성년이 되면 이 같은 특권을 박탈한다. 프랑스와 스페인, 스위스는 만 18세 미만 자녀까지만 외교관여권 발급을 원칙으로 하고 캐나다와 덴마크는 만 21세 미만, 미국도 만 23세 미만 자녀까지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만 18세 미만 자녀만 이 같은 특혜를 준다. 심지어 호주는 외교관이나 해외 근무 공무원 자녀에 대해 외교관여권을 발급조차 하지 않는다. 한국과 비슷한 연령대에 외교관여권을 발급하는 국가는 일본(연령 제한 없음), 세르비아(27세 미만), 파키스탄(29세 미만) 등이다. 이 때문에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27세 미만’ 규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의원은 “실제 생활능력의 부재 여부 및 동반 여부에 대한 면밀한 점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외교관의 원활한 외교 수행을 위해 함께 거주하는 자녀에게도 특혜를 주는 것인데, 자녀가 따로 살거나 사적인 여행을 가더라도 면책특권 등의 권리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2006년에는 국내에 근무 중인 외교부 고위 공무원의 자녀가 외교관 여권을 이용해 마약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

지난 해 10월말 운영 중단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면세점이 지난 6월 4일 오전 재개장한 가운데 입국 절차를 마친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영종도=공항사진기자단


외교부는 이에 대해 한국의 경우 자녀들이 군복무·대학교육 등을 마치는 27세는 돼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2017년 외통위 법안소위에 출석한 당시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은 이 같은 특혜에 대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군에 먼저 갔다 오는 수도 있고 해외에서 대학을 거의 20대 중반까지 다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렇게(만 19세로) 대폭 낮추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국회가 관련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 개정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16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관 자녀의 나이를 만 19세 미만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외통위는 심의를 위해 단 한 차례 회의 끝에 “외교관 여권 등의 발급이 가능한 외교관 자녀의 범위는 사회·경제적 특수성을 고려해 설정할 필요 있기 때문에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외교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심지어 최근 논의되는 개정안은 외교관여권 발급 대상에 ‘현직 국회의원’을 명시하는 조항을 삽입해 눈총을 사고 있다. 국회가 외교관 자녀의 특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외교부를 압박해 국회의원이 외교관에 준하는 특권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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