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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 '시급 15弗 아마존에 직원 다 뺏길라'…임금 올리는 美 기업들

■아마존, 미국 시급 표준 되다

구인난에 '인력 블랙홀' 되자

대형 마트·식당 등 시급 인상

'아마존처럼' 최저 15弗로

중기·자영업자도 인상 압력

임금發 인플레 우려 더 커져

사진 설명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는 17달러의 시급을 받을 수 있는데 요리사로 일하면 14달러만 벌 수 있습니다. 그럼 왜 굳이 요리사를 해야 하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필 브라이언트 씨는 요리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셧다운으로 레스토랑을 떠났던 그의 직원들은 새 직장으로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아마존 물류 창고를 택했다.

대형 마트나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이른바 ‘아마존 효과’로 인해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이 직원 채용을 위해 시급을 대폭 올리면서 다른 기업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50만 명을 고용했다. 미국에서는 복리 후생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15달러의 시급을 줬다. 이는 연방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에 비해 두 배를 웃도는 것이다. 미국의 다른 주 최저임금과 비교해도 시간당 1~2달러가 더 많다. 특히 아마존은 올 5월에는 17달러의 시급을 지급해 7만 5,000명을 추가로 뽑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월마트·타깃 등 다른 경쟁 업체도 아마존의 공격적 행보를 뒤따르고 있다. 타깃과 베스트바이의 경우 모든 시간제 신입 직원의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올렸으며 월마트도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직원 42만 5,000명의 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 밖에 맥도날드는 미국 내 직영점에서 일하는 직원 3만 6,500명의 올해 임금을 평균 10% 올리기로 했다.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인 치폴레도 이달 말까지 직원들의 평균 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할 방침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마존의 최소 15달러 시급이 사실상 미국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도 강한 임금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한 자영업 유관 단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이 아마존과 고용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이 임금을 더 올리고 물류 창고를 확장할수록 아마존에 직원을 빼앗기는 자영업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의 애런 체리스 헤드는 “아마존 효과는 분명히 있다. 유통 업계에서 직원들의 임금 인상 기대 심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경영자들이 아마존을 탓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 정상화가 빨라지는 데 비해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임금 인상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제는 고용난이 아니라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실제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에 약 930만 건의 기업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서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월에 처음으로 15달러를 돌파한 레저·접객 분야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4월 15.7달러로 4.5% 상승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 최고경영자(CEO)인 칩 로저스는 “15개월간 우리는 손님을 찾으려 애썼다”며 “이제 손님이 돌아왔고 여행업은 정말 잘 되는데 많은 주요 지역에서 종업원을 찾을 수가 없다. 이는 커다란 도전”이라고 말했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임금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계약직 근로자의 최저 시급을 내년 이후 기존 10.9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청소부나 간호 인력 등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백악관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가파른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급망 차질과 구인난 등은 물가 상승을 유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0% 오르며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로 인해 연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월 예상한 2.4%에서 연말까지 3.4%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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