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7일 현재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93개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씀씀이를 늘리거나 쉽게 하는 법안은 모두 65개에 이른다. 재정 규율 법안(15개)보다 4배 많아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국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쌈짓돈’으로 불리는 각종 기금을 설치하자는 개정안은 대표적인 지출 확대 법안으로 분류된다. 무려 35개나 무더기로 올라와 ‘기금만능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재정의 30%쯤 차지하는 법정 기금은 예산에 비해 지출 통제력이 약한 데다 국민 부담으로 귀착돼 함부로 신설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여행을 할 때 1만 원을 내는 출국납부금(관광진흥개발기금)이 대표적이다. 법안별 용도를 보면 청년고용촉진기금을 비롯해 국민 안전, 아동 보호, 전세보증금 반환, 중소기업 창업, 청년기본자산기금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있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예산과 중복되고 선심적 성격이 짙다. 백제왕도유적보호기금처럼 지역 민원성 법안 또한 적지 않다. 정치발전기금을 설치해 각 정당에 배분하자는 ‘제 밥그릇 챙기기’ 법안도 있다.
단일 조항 개정안으로 가장 많이 제출된 의원입법은 예비타당성 조사 무력화 법안이다. 철도, 공공 병원, 항만 유지·보수, 광역 교통망 건설 등 특정 공공사업을 콕 집어 예타를 건너뛰자는 법안부터 각 부처 장관이 제멋대로 예타를 면제하거나 지역 균형 발전 가중치를 높이자는 법안까지 다양하다.
반대로 재정 규율 지키기에 나선 의원들도 제법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으로 발생한 국가 채무에 대한 상환 의무를 명문화하고 추경 요건 중 하나인 ‘경기 침체’의 정의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구체화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추경호 의원은 강력한 재정준칙을 담아 21대 국회 국가재정법 1호 개정안으로 제출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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