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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외출하고 싶으면 백신 맞아라"···불도저 방역에 佛 민심 폭발

[글로벌What-역풍 맞는 마크롱 '보건 패스']

접종률 56%로 美보다 높은데도

식당·기차 이용시 백신접종 의무화

"인센티브도 모자란데 국민 협박"

佛 전역 11만명 참여 대규모 시위

야권도 "보건 쿠데타" 비판 가세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수만 명이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계획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 시간)부터 프랑스에서 영화관과 박물관 등 50명 이상이 모이는 문화시설을 이용하려면 ‘보건패스(Pass Sanitaire)’를 제시해야 한다. 보건패스는 백신 접종 완료, 최근 6개월 내 코로나19 완치, 48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 음성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증명하는 문서다. 사실상 프랑스 정부가 “취미 생활을 즐기려면 백신을 맞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다음 달 초부터는 식당과 카페는 물론 기차·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보건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다음 달 30일부터는 청소년도 예외 없다. 의료진에게는 오는 9월 15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치라고 명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2일 이런 내용을 발표하자 프랑스는 뒤집어졌다. 17일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11만 4,000여 명이 거리로 나와 프랑스혁명의 구호였던 ‘자유 아니면 죽음’을 외쳤다. 백신 접종은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1만 7,000여 명이 모인 연설 직후 첫 시위(14일)와 비교하면 단 사흘 만에 규모가 7배로 커졌다.

'보건패스' 미확인 업주엔 벌금까지

보건패스 시행 시점이 다가올수록 국민들의 반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19일 “보건패스를 확인하지 않는 업주들에게 최초로 부과하는 벌금을 4만 5,000유로에서 1,500유로로 줄이고 벌금 부과 시점을 미루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사실 프랑스의 방역 조치는 이웃 국가들과 비슷하다. 유럽연합(EU)은 이달부터 백신증명서(공식 명칭 그린패스)를 제시하면 격리 없는 역내 이동을 보장하기로 했고 덴마크도 미용실과 운전 교습소, 극장 등 실내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백신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했다. 이탈리아도 의료진에게 백신 접종을 명령했다. 그런데도 유독 프랑스에서 반발 여론이 심한 것은 마크롱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정치 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백신 접종을 위해 정부가 국민을 사실상 협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의료진에게 백신 접종을 마치라고 요구하며 “9월 15일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의료진은 출근할 수 없고 월급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인 의료진의 접종률(64%)이 전체 인구의 접종률(56%, 19일 최소 1회 접종 기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자 꺼내든 고육책이라고는 하나 의료진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이런 프랑스 정부의 모습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10억 원대 규모의 복권을 제시한 미국이나 아파트를 내건 홍콩과도 확연히 대비된다. 프랑스 의료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이제 우리를 실험실 쥐 취급 한다” “백신 거부 운동을 벌이자”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佛, 국민 납득 노력 없이 밀어붙여



높은 백신 접종률에 비해 강도 높은 조치를 발표해놓고 국민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의 백신 접종률 56%는 유럽 평균(46.1%)은 물론 백신 개발로 ‘백신 주권’을 가진 미국(55.7%)보다도 높다. 이런데도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백신 의무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말을 뒤집었다.

물론 지난달 5,000명 아래로 내려갔던 신규 확진자가 이달 20일 다시 1만 8,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거센 확산세에 따른 불가피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이날 미국이 백악관 내에서 돌파감염이 나타났음에도 백신을 이유로 들며 완화한 방역 지침을 되돌리지 않겠다고 한 것과는 확실히 비교된다.

이런 까닭에 마크롱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이 또 갈등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취임 초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치적 영웅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권위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 연금 개혁 등 민감한 사안들을 적극 밀어붙였고 이에 국민들의 불만은 점점 누적됐다. 특히 보건패스 정책은 과거 잦은 유통 사고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은 프랑스 민심을 직접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위적 통치스타일 도마에

국민 전반에 정부에 대한 반발 여론이 퍼졌다는 점은 시위대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는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 의료진은 물론 부모와 함께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도 많이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통 다른 나라에서 (방역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를 극성 야당 지지자와 음모론자가 주도하는 것과 비교된다”고 평가했다.

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이를 기회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공세를 퍼붓고 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극우파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도 일상의 영웅처럼 일했던 의료진을 위협하는 것은 음란한 만행”이라며 “(마크롱 정부가) 배은망덕하다”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니콜라 뒤퐁테냥 역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자 보건 쿠데타”라며 마크롱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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