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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간송미술관, NFT가 살렸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

NFT : 대체불가토큰





만성적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은 지난해 소장하던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내놓았다. 지난해 5월 27일 케이옥션이 연 경매에는 응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찰 후 국립박물관이 간송미술관의 작품을 사들였다.

올해는 달랐다. 7월 간송미술재단이 토큰포스트와 협력해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만들어 팔기로 했다. 각각 100개인 영인본과 NFT의 개당 지정가는 1억 원이었다. 아직 100개를 완판하지 못했지만 대략 80개 정도가 팔린 것으로 보인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익명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도 간송미술관은 해례본 영인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간송미술관이 기획하고 교보문고가 제작한 영인본 3,000부는 개당 24만 원씩에 팔았다. 완판했다면 7억 5,0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이다. 이보다 훨씬 큰 돈을 NFT를 통해 마련한 셈이다. 얼떨결에 간송미술관은 NFT 열풍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내친김에 노소영 관장이 운영하는 ‘아트센터 나비’와 손을 잡아 38종의 NFT 카드를 발행하기로 했다.



2021년은 NFT의 해로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NFT는 2017년 크립토키티로 첫선을 보였다. 올해 비플의 디지털 작품이 크리스티에서 고가에 팔리면서 다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작품명 ‘매일-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이 4만 2,329.453이더리움, 우리 돈으로 무려 800억 원에 팔렸다. 이 소식이 디지털 아티스트들에게 구원의 빛이 됐다.

국내에서도 NFT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천재 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무너뜨린 대국의 작품을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시’의 경매에 올렸다. 작품은 60이더리움에 낙찰됐으니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2억 5,000만 원에 달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22세기미디어’가 만든 이 NFT 동영상에는 흑과 백 돌이 차례로 놓이는 모습과 ‘신의 한 수’라고 불리는 78수의 백 돌이 담긴 기보를 배경으로 이세돌의 사진과 서명이 포함됐다.

블록체인의 최대 성공 사례로 디지털 아트의 메시아가 된 NFT, 그리고 아날로그 경제를 디지털 경제로 변환시킬 촉매제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손꼽힌다. 그렇다면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 진흥에 디지털 코인을 포함해야 한다. NFT나 CBDC나 속성은 모두 디지털 코인이다. 코인은 안 되고 블록체인은 된다는 이상한 논법을 폐기하고 기술로서의 코인 산업에도 정부가 눈길을 줘야 한다.

정작 블록체인을 진흥한다면서 정부는 블록체인 기업의 벤처 지정이 불가하게 만들었다. 블록체인 기업은 은행 계좌 개설에서부터 막힌다. 하물며 NFT는 오죽하랴. 디지털 파일 하나가 수백억 원에 거래되자 정부가 그것은 투기라고 외치며 NFT 산업조차 가로막고 나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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