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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 유망 테크-해외자본 연결 고리 끊어…시진핑의 '기업 길들이기' 카드

■中, 베이징에 세번째 증권거래소 설립

혁신 중소벤처 중심으로 운영

'증시 다층 구조 구축' 내세워

사실상 자국기업 美상장 차단

자본시장 디커플링 더 심화

"홍색규제로 증시 위축됐는데…"

거래소 성공 전망 가능성 낮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밤 ‘2021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식 화상 축사를 통해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I




미중 간의 자본시장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의 자립자강’을 추진 중인 중국이 이번에는 베이징증권거래소 신설 카드를 내놓았다.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증권거래소 기능이 현재 시스템에서 구현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새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자본시장의 부진은 오히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홍색 규제’ 때문이라는 점에서 베이징거래소의 흥행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시 주석은 지난 2일 밤 베이징에서 열린 ‘2021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식 화상 축사를 통해 베이징거래소 설립 계획을 그야말로 ‘깜짝’ 발표했다. 그는 이날 “우리는 중소기업의 혁신 발전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베이징거래소를 설립해 서비스혁신형 중소기업의 주(主) 진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415A11 중국


혁신 중기 거래소로 운영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의 이 같은 언급 직후 증권 관련 주무 부처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세부 계획을 내놓았다. 증감위는 “베이징거래소가 서비스혁신형 중소 벤처기업 중심의 증시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기존 상하이·선전거래소 간의 이전 상장 등 상호 연계 기능도 잘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베이징거래소는 조만간 출범하며 2013년부터 베이징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외 창업기업 전용 주식거래소인 신삼판(新三板)의 우수 기업들을 기반으로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내의 기존 상하이거래소는 국유 기업 등 실력이 검증된 대형 기업 위주로, 선전거래소는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각각 운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거래소는 기존의 증시 상장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사업성이 우수한 혁신 중소 벤처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으로 구상되는 것이다. 중국이 예로 드는 대표적 사례가 미국 나스닥이다.



베이징거래소 설치는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강력히 추진해온 ‘경제 자립자강’의 자본시장 판인 셈이다. 또 홍콩 증시는 해외 상장을 희망하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를 수용하는 쪽으로 계획되고 있다. 증감위는 이와 관련해 “증권시장의 다층적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뉴욕행 막아야 기업 통제 수월

다만 이런 구상이 중국 정부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중국도 혁신기업들이 자국 자본시장에서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왔다. 대표적으로 2019년 상하이거래소에 전문 증시인 과학기술혁신판(커촹반)을 만들어 당시에도 ‘중국 나스닥’을 목표로 한다고 선전했다. 기존의 중국 증시가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한 상장허가제를 유지했다면 커촹반은 처음으로 등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처럼 유지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중국 혁신기업의 미국 증시 선호도는 더 커졌다. 5월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48개,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규제에서 자유롭고 자금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이 뉴욕 등 밖으로 나가면 해외 자본가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조치도 자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을 막으려는 성격이 강하다. 앞서 6월 중국 정부는 암묵적인 ‘자제 권고’에도 미국 상장을 강행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인터넷 안보 심사 규정을 고쳐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면서 민감한 데이터를 대량 보유한 자국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을 아예 막아섰다.

자본 시장 디커플링 커질 듯

시장에서도 이번 조치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자국 기업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경기둔화 움직임까지 나타나자 중국 당국이 다급한 나머지 꺼내든 카드라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빅테크 단속을 강화하고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를 뒤흔든 데이터보안법과 반(反)외국제재법을 도입한 가운데 새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중국의 홍색 규제 폭탄에 경악하고 있는 외국 투자가들이 베이징거래소를 신뢰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중국의 거래소 확대와 이를 핑계로 한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 억제가 중국과 다른 세계의 자본시장 디커플링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도 최근 몇 주간 이어진 권력집중화와 감독 강화의 연장선에 있다”며 “자본시장을 길들이려는 중국의 의지가 변하지는 않을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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