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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공감] 박훌륭 약사의 훌륭한 딴짓




모두들 거절당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한 가지를 잊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 자신을 거절하고 있다는 거다. 특히 내 욕구,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거절한다. 난 다른 이에게도 거절당하는데 내 자신까지 거절해야 할까? 우리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가족의 행복, 중요하다. 인류의 평화,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내 자신의 행복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면 나를 거절하지 않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또다른 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거다. 요즘엔 이걸 N잡러라고도 한다. 부캐라는 건 다른 이들이 봤을 때 ‘오, 이 사람은 저게 부캐구나!’라고 이야기할 순 있지만 내 스스로 미리 정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된다. 시간에 스며들다보면 나는 여러 캐릭터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 (박훌륭, ‘약국 안 책방’, 2021년 인디고 펴냄)






박훌륭 약사는 슬펐다. 그가 좋은 약을 추천하거나 처방해도, 사람들은 광고가 붙은 유명한 약만 가져갔다. 그가 생업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던 것은 사람끼리 ‘감사합니다’와 ‘수고하셨습니다’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약국에서 그는 약을 꺼내주고 돈을 받는 사람일 뿐, 다정한 인사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본업이 쓸쓸해질 때마다 그는 책을 읽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책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꿈을 실현하기도 그 꿈으로 먹고살기도 막연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에게 건넨 인사도, 좋은 약을 권하는 말들도 거절당했을지언정, 자신의 꿈을 스스로 거절하지는 않기로 했다.

어느 날 약장 한쪽을 치우고 책장을 넣었다. 약국 안에 미니서점이 생겼다. 이름하여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약국에 깃들인 이 별난 책방은 이제 동네 명물이 되어 사람들은 이곳에서 몸과 마음의 약을 같이 산다. 세상이 나를 수없이 거절해도 나만은 나를 거절하지 않겠다는 다짐,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길은 그리 어렵고 멀지 않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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