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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폐기 없는 종전선언으론 평화 정착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6·25전쟁 당사자인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 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폐기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 선언부터 하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북한의 위장 평화 전술에 휘말리는 처사다. 종전 선언은 완전한 북핵 폐기가 이뤄지거나 최소한 북핵 폐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검토 가능한 사안이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종전 선언을 약속한 것도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뒤 비핵화 협상은 진전이 없었고 북한은 외려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시간을 벌었다.

이런데도 종전 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니 정부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남북 이벤트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김정은 정권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핵 개발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국 국무부도 “유엔의 대북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 인식과 동떨어진 이번 제안은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하는 등 도발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핵 폐기 없이 단계적인 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수준에서 종전 선언을 추진하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 만일 종전 선언이 채택된다면 김정은 정권과 우리 사회의 일부 세력은 유엔군사령부 해체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쏟아낼 것이다. 평화 체제 정착을 위한 종전 선언을 추진하려면 북한이 먼저 핵 시설·물질 신고와 검증 일정을 담은 핵 폐기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 임기를 불과 7개월여 남긴 문재인 정권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종전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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