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W아파트. 1990년 대 지어진 이 단지는 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9,460만원이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는 빈틈을 노리고 전국에서 다주택자와 법인들이 매매에 뛰어든 단지 중 하나다. 지난 5월 31일 전용 84㎡ 한 가구가 1억3,5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일주일 뒤 1억5,000만원에 전세가 맞춰졌다. 매수자는 자기자본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집을 산 것은 물론, 전세금 1,500만원을 더 받았다. 이른바 ‘깡통전세’다. 두 달여 뒤인 지난달 17일 매수자는 1억4,500만원에 집을 팔았다. 그는 ‘단타’ 거래로 자기자본 투입 없이 1,000만원의 차익을 챙겼고, 이 집은 매매가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은 '깡통전세'로 전락했다.
취득세 등 규제가 느슨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서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들 단지를 중심으로 깡통전세나 매매가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부동산 단타 투자자들이 ‘덜 넣고 더 먹는’ 머니 게임에 열중하면서 전세금과 매매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24일 부동산 정보서비스 아실과 법원 등기소 등에 따르면 단타 투자자들이 유입된 공시가격 1억 미만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확산되고 있다. W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6월 23일 9,000만원에 매매된 집이 3일 뒤 1억원에 전세를 맞춰 1,000만원의 깡통전세가 발생했다. 이 집은 이달 1일 다시 보증금을 1억2,000만원 올린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두 달 만에 깡통전세의 규모가 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울산시 남구 S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7월 8일 1억4,000만원에 매매됐는데, 7월 21일에 1억4,3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300만원의 깡통전세다. 전북 익산 B단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8,200만원에 계약된 한 집은 이달 들어 9,5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1,300만원의 깡통전세다. 심지어 지난 6월 7,000만원에 매매된 이후 지난달 25일 9,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는 사례도 나왔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단타 투자는 지난해 8월 정부가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세 규제를 강화하면서 불붙은 투자 행태다.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갭투자로 매수한 뒤 단기간에 수백만원만 올라도 곧바로 되파는 식이다. 애초 세금을 줄이고 1,000만~2,000만원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전세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곳을 찾아 아예 자기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깡통전세 우려는 그만큼 커졌다. B아파트의 경우 최근 전세 시세는 9,500만원이지만 매매가는 8,600만원부터 1억 6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이달 이뤄진 17건의 매매 거래 가운데 전세가 최고가인 9,500만원 이하에 성사된 매매 거래는 10건으로 절반이 넘는다.
다운계약이 의심되는 사례도 나온다. 울산 S단지의 한 19층 매물은 지난 6월 1억6,500만원에 매수한뒤 한달 여 뒤인 7월 하순 같은 가격에 또 다시 팔았다. 전문가들은 계약취소가 일어나지 않는 한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한 다운거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7월 하순 거래는 국토부 실거래 시스템에는 존재하지만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아직 등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기간의 거래가 반복되면서 매매가도 오르는 모양새다. W아파트의 경우 5월까지만 해도 1억 미만에도 거래가 다수 이뤄졌지만 이달 들어서는 1억2,000만~1억3,450만원에 실거래가가 등록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단타를 노린 거래로 인해 매매가가 오르고 깡통전세가 나타나는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 원주민에게 돌아간다"며 "특히 전세 수요자들은 보증금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외부 투자자가 단타거래를 하려는 집은 스스로 기피해 이 같은 행태의 투자를 시장에서 자연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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