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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아기 온몸에 은색 칠하고 구걸…인도네시아 ‘실버맨’ 골머리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실버맨' 증가

퇴직 경찰관·아동들도 구걸…주요 도시까지 확산

인도네시아에서 온몸에 은색 칠을 하고 구걸에 동원된 아기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탓에 온몸에 은색 칠을 하고 구걸에 나서는 이른바 ‘실버맨’ 거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생후 10개월 아기까지 온몸에 은색 칠을 하고 구걸에 동원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27일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은 최근 거리에서 실버맨 구걸에 동원된 10개월 아기와 퇴직 경찰관 등의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25일 인스타그램 등에는 전날 밤 수도 자카르타 외곽 남부 땅그랑의 한 주유소에서 찍은 것이라며 온몸에 은색 칠을 한 여성과 아기의 사진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어떻게 말 못하는 아기에게까지 은색 페인트를 칠할 수 있느냐”, “아기 건강이 염려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 “경제 상황이 나빠져 아기들까지 구걸에 동원되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고를 받은 땅그랑 공공질서국은 아기를 구걸에 동원한 성인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을 조사한 결과 은색 칠을 하고 구걸에 동원된 아기는 생후 10개월이었고, 심지어 이들 친구의 아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기의 친모(21)는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았고,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다”면서 “내가 은색 칠을 하고 거리에 나갈 동안 친구들에게 아기를 맡겼는데, 저들이 아기를 구걸에 데려갈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복지당국은 아기와 친모에게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보호센터로 데려갔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스마랑에서 ‘실버맨’ 구걸을 하다 붙잡힌 퇴직 경찰관. /유튜브 캡처




한편 중부 자바 스마랑에서는 온몸에 은색 칠을 하고 거리에서 구걸하다 붙잡힌 남성의 신원이 퇴직 경찰관으로 확인됐다. 아구스 다르토노(61)라는 이름의 남성은 24일 스마랑에서 구걸하던 중 공공질서국 요원들을 보고 도망치다 붙잡혀 차에 태워졌다. 그는 조사 결과 1997년부터 2016년까지 19년 동안 국가 경찰로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구스는 “돈이 없어서 실버맨이 됐다. 친척이나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부끄러웠다”며 “실버맨이 쉽게 돈을 버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충격을 받은 경찰 당국은 아구스에게 생필품과 기부금을 지원하는 한편, 소일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몸에 은색 칠을 하고 구걸하는 아동들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인도네시아에서 몸에 은색 칠을 하고 구걸을 하는 ‘실버맨’은 흔히 볼 수 있다. 온몸을 은색 스프레이 등으로 칠한 뒤 돈을 넣을 상자를 들고 길거리에 동상처럼 서 있거나 신호등에 걸려 정차한 차량 운전자에게 다가가 구걸을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실버맨은 있었지만 주로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숫자가 증가해 수마트라섬과 술라웨시섬 주요 도시까지 확산했다.

주로 10대 소년들이 실버맨으로 분장해 무리 지어 구걸하지만, 폭력배들이 이러한 행위를 강요하거나 부모가 어린 자녀를 은색으로 칠한 뒤 앵벌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방 정부 조례로 구걸과 돈을 주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거지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아동·청소년 등 약자의 착취를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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