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에버그란데)가 23일 갚아야 하는 달러화 채권 이자를 가까스로 상환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면하게 됐다. 다만 급한 불만 껐을 뿐 여전히 만기 도래하는 빚이 줄줄이 남아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2일 중국 관영 증권시보에 따르면 헝다는 전날 달러화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85억 원)를 수탁 기관인 씨티은행에 송금했다. 증권시보는 중국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자본시장 전문 매체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고 있다. 헝다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헝다는 지난달 23일 달러화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지만 계약에 따라 한 달간 상환이 유예됐다. 이후 이달 23일 만기를 코앞에 두고 상환에 성공해 디폴트 직전에 위기를 넘긴 셈이 됐다. 앞서 헝다가 3조 원 남짓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해온 자회사 헝다물업 지분 매각도 실패로 돌아가 위기론이 다시 불거졌었다.
시장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헝다가 상환에 실패할 경우 192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 규모의 전체 달러화 채권 연쇄 디폴트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헝다가 상환해야 할 다른 빚이 남아 있지만 이번 이자 지급 소식은 투자자들과 규제 당국에 안도감을 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헝다의 건설 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이자 지급일이 계속 도래하는 상황이라 위기는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 당장 다음 주부터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일이 두 번이나 돌아온다.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달러화·위안화 채권 규모는 74억 달러(약 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헝다의 이자 지급 소식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헝다 사태가 심각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 다음날 전해졌다. 신화통신은 류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가 회의에 보낸 서면 축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서 개별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위험은 전체적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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