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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발행 속도내지만…제도적 준비는 제자리걸음

한은 "2년안에 도입 여부 결정"

모의실험 진행 등 발행에 대비

익명성 범위 등 정책 과제 산적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 구축 필요

"관련법 개정·사회적 논의 나서야"





한국은행이 2년 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제도적인 준비는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CBDC가 경제·금융 전반에 미칠 영향에 비해 국민적 이해도가 낮다는 점은 도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BDC는 현금과 달리 익명성 제한 범위, 이자 지급, 보유 한도, 이용 시간 등 결정해야 하는 정책적 쟁점이 많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5일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은 국회 입법조사처에 CBDC 발행과 관련해 “지급 결제 환경이 나날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해본다면 안전한 지급 수단인 CBDC 도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5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2년 안에 CBDC 도입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한은은 2017년부터 CBDC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8월부터 가상 환경에서 각종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구체적 발행 계획이 없다고 해왔지만 최근 CBDC 도입을 결정만 하면 즉시 발행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놓겠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내년 모의실험이 끝난 뒤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다만 연구가 완전히 마무리돼 실제 발행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CBDC 발행 준비에 나선 것은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CBDC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바하마가 세계 최초로 CBDC 사용을 공식화했고 중국은 디지털화폐의 공식 명칭을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로 정한 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전에 공식 발행하는 방안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내년 모의실험이 끝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CBDC를 즉시 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먼저 CBDC에 법화(法貨)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CBDC가 법화로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디지털화폐의 발행 근거를 명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자 지급이나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경우에도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김 의원은 “기존 지급 결제 환경이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전자금융거래법·은행법 등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은 개인 정보 보호 문제다. 한은이 개인 기업에 CBDC 계좌 또는 전자 지갑을 개설한 뒤 자금 이체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비트코인 수준으로 CBDC 익명성을 보장한다면 자금 세탁, 마약 밀수 등 불법 거래에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익명성 강화 수준은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소액과 거액을 구분해 소액 거래의 경우 익명성을 보장해서 최대한 사생활 침해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거액 거래는 익명성이 아닌 투명성을 강조하는 등 이원화해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얼마나 안전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CBDC 발행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CBDC 발행의 핵심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지급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이락 송현경제연구소 디지털금융본부장은 “정부, 의회, 일반 대중 등이 참여한 폭넓은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은 CBDC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형성되도록 초기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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