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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언어정담]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돈에 쫓기지 않는 삶을 선택하다

작가

美 자본주의에 염증 느낀 스콧 니어링

시골로 이사해 소박한 농부의 삶 선택

최소한의 생활비로 검소한 생활 즐겨

가진것에 감사할때 인생은 더 빛나는 법





내가 혹시 너무 많은 욕심에 휘둘려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에 현혹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될 때마다, 마치 마음의 거울을 보듯 들춰보는 책들이 있다. 바로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책들이다. 두 사람은 도시 문명의 편리함을 알지만 시골의 삶을 선택했고,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도시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적한 미국 버몬트의 농가를 선택했다. 니어링 부부는 살아갈 집을 직접 설계하여 손수 지었고, 바지런히 농사를 지으며 꽃들을 가꾸고 수공업으로 단풍시럽사탕을 만들어 팔며 소박한 삶을 가꾸었다.



스콧 니어링은 점점 악랄해지고 촘촘해지는 자본주의의 착취와 불평등에 반대하며, 진정으로 자급자족적인 경제 공동체를 ‘부부’만으로도 만들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광산회사를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스콧은 어린 시절부터 광산 노동자의 힘겨운 노동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아동 노동력 착취에 반대하는 글을 쓰고 반전 사상을 고취하는 강연을 펼치던 스콧은 그 저항적 글쓰기와 강연 때문에 대학 당국과 마찰을 빚어 교수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힘들게 쓴 책이 출판사를 찾지 못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자본주의 바깥의 삶을 꿈꾸었다. 마침내 꿈을 실현할 동반자를 찾게 되는데, 바로 헬렌이었다. 미국이 대공황으로 불황과 실업문제로 허덕일 때, 두 사람은 버몬트의 시골로 이사하여 소박한 농부의 삶을 선택했다. 생태주의, 평화주의, 채식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장소로 시골을 택한 것이다.

스콧 니어링은 100세가 되던 1983년 서서히 곡기를 끊음으로써 천천히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하는 길을 택했다. 스콧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능동적이면서도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하기를 원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삶과 죽음의 조화로운 경계를 맞이하고 싶어했다. 죽음의 경험을 피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스스로 기꺼이 편안하게 몸을 버리는, 아름다운 작별을 꿈꾸었다. 스콧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기를, 어떤 의사나 약물의 도움도 받지 않기를, 서서히 단식을 하다가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하기를 꿈꾸었으며, 그 꿈을 이루었다. 어떤 진정제나 진통제, 마취제도 거부했다. 그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간결하고, 조용하게, 차분하게’ 살아가기를 원했고 죽음 또한 그러했다. 그는 기록했다. 자신이 죽으면 화려한 수의가 아닌 평소의 작업복을 입혀 침낭에 넣어 빠르고 조용하게 화장해달라고, 어떤 장례식도 원치 않는다고. 오직 영혼만을 바라보는 우리 땅의 나무 아래 자신의 재를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헬렌 니어링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문장을 들려주며 남편의 죽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연스러웠는지를 이야기한다.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는 것처럼, 잘 살아낸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고. 니어링 부부는 1년 동안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정하고 농사일을 통해 그만큼의 비용을 버는 순간, 노동을 딱 멈췄다. 나머지 시간은 읽고, 쓰고, 사랑하고, 음악을 듣고 연주하며(두 사람은 함께 플루트를 불기도 했고 헬렌은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와 삶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데 온전히 바쳤다. 니어링 부부는 매일 나누는 삶, 매일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삶, 더 많이 가질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냈다. 소로가 스콧 니어링 부부를 만났다면 ‘나의 눈부신 친구이자 다정한 동지’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소로와 스콧 니어링은 마치 한몸이 되어 아름다운 합창을 하는 것만 같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날마다 타인과 무엇인가를 나누라고. 어떤 식으로든 나보다 약한 존재를 돕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가라고. 세상 모든 피조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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