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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감독 "아이러니 넘치는 정치판 꼬집었죠"

■웨이브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윤성호 감독

자취 감췄던 '정치풍자' 수위 높여

보수·진보 가리지않고 '모두까기'

실존이름 등장 등 현실감 살렸지만

정치혐오 이어지는 건 최대한 지양

OTT 웨이브가 지난 12일 공개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포스터. /사진 제공=콘텐츠웨이브




동네 기사식당에서 뉴스를 보며 밥을 먹던 택시 기사들끼리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 옆자리의 다른 기사와 드잡이가 벌어진다. “이번 정부 입만 열면 거짓말이지” “503땐 찍소리도 못하더니 이번 정부 들어 오냐오냐해줬더니….”

대통령 선거까지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선거의 계절’, 실제로도 벌어질 법한 이 상황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얼마 전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의 한 장면이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정치가 화두인 요즘, 국내 정치계의 현실을 비추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다.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대선 지지율은 물론 코로나19, 대북정책 등 각종 정치 이슈들을 풍자에 융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제공=콘텐츠웨이브


‘이상청’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자 보수 야당 출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정은(김성령 분)이 ‘진보 논객’ 남편 김성남(백현진 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리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는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블랙코미디를 앞세운 정치 풍자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부터 이명박, 박근혜, 김정은, 김여정, 고건, 유시민 등 민감해서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실존 정치 인물들의 이름이 곳곳에서 나부낀다. ‘나꼼수’ 같은 시대를 풍미한 팟캐스트도 풍자의 대상이다. 종교 행사를 빙자한 정치 집회를 벌이는 현직 목사, 종편·보도채널 등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시사평론가, 정파적인 인터넷 언론사 등도 어딘가에서 본 것만 같다.

연출과 각본을 총지휘한 윤성호 감독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OTT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시도라는 세간의 반응에 “심각한 게 별로 없어서 그런 생각은 안 했다”며 “재미있다는 뜻이라면 감사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그는 “풍자와 해학보다는 아이러니에 방점을 뒀다. 각종 전문 분야 중에서도 가장 아이러니한 게 정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작품 곳곳이 아이러니 투성이다. 주인공 이정은 부부의 설정부터 아이러니하고, 야당이 철저한 검증을 별렀던 인사청문회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의원들이 발견되는 바람에 최단시간 종료 기록을 쓰고 만다. 한국 남자를 향한 멸칭으로 쓰이는 ‘한남’을 욕으로 쓰는 사람은 ‘진보 남성’인 김성남이다.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연출과 각본을 이끈 윤성호 감독. /사진 제공=콘텐츠웨이브




대신 흔한 정치혐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양하려고 노력했다. 과거 ‘우익청년 윤성호’, ‘은하해방전선’ 등 영화에서 날선 풍자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싸잡아서 ‘원래 정치가 저렇지’ 하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으려 했다고 윤 감독은 거듭 강조했다. 특정 정치인을 영웅처럼 보여주지도 않는다. 대신 일반 회사원처럼 전문직 종사자들이 우당탕탕 일을 벌이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그려 보인다. 극 초반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이정은과 행시 출신 늘공(늘상 공무원) 관료의 관계도 그런 맥락에서 소화된다.

스포츠 스타 출신인 초보 여성 장관이 스스로 위기를 해결하고 문제에 대응한다는 서사는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정은과 율사 출신 야당 여성 중진의원인 차정원(배해선 분)은 정치, 행정판에서 오래 일한 남성들 뺨치는 능숙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며 남성보다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여기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했다. 윤 감독은 “대부분 배우들은 과거 인연이 있었고, 배해선은 평소 팬이라 모시고 싶었다”며 “특히 김성령을 캐스팅하지 못했으면 드라마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 이정은(김성령 분)과 차정원(배해선 분)은 대립과 협력을 오가면서 남성 정치인 버금가는 정치력과 리더십을 보인다. /사진 제공=콘텐츠웨이브


윤 감독은 특히 ‘여성이라서 겪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극중 정은은 남편의 납치 사실을 선뜻 공개하지 못하다가 어떠한 상황을 겪은 뒤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납치 사실을 공개한다. 윤 감독은 “남성 장관의 배우자가 납치됐다면 이를 공개하는 것이 유리했을 테지만, 여성 장관의 배우자가 납치됐다면 ‘남편이 아내 모르게 구린 데가 있나’라고 수군댈 것”이라며 “일정한 급 이상의 여성 정치인에게 남편 이슈가 생기면 꼬리표가 붙는 모습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의 풍자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처음엔 보수적 정치 발언을 하는 목사나 문체부의 ‘늘공’, 인터넷 언론 등 보수 세력을 풍자하는가 싶더니 막바지로 갈수록 아내에 대한 열등감을 보이는 진보 논객 김성남이 강렬한 블랙코미디의 대상이 된다. 윤 감독은 특정 정치 세력을 띄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다. 다만 여기저기 삐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는 그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조금만 늠름해지자, 쪼잔해지지는 말자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다음 시즌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결말 덕분에, 시즌2의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윤 감독은 “한국 정치풍경이 워낙 다이나믹해서 바로 나오면 재미가 없을 거다. 만일 나오게 된다면 다음 대선을 노려야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스틸컷. /사진 제공=콘텐츠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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