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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늦어져도 부담금 줄이자"…재초환이 공급난 더 부추겨

■압구정 재건축 '조합 해체' 초강수

한양7차, 통합추진위 승인받으면

부담금 대폭 낮춰…정비업계 촉각

사업 일정 미루고 공사비 증액 등

허점 드러낸 재초환 부작용 속출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 가로막는 꼴"


압구정 한양 7차의 ‘전략적 조합 해산’ 방식은 조합 설립까지 추진된 단계를 역행한다는 점에서 조합원 입장에서도 시간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들의 가장 큰 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양 7차 이외의 재건축 조합들도 재초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사업 일정을 미루는 등 전략 짜기에 나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초환에 따른 부담이 가뜩이나 부족한 도심 내 공급을 더욱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산으로 재초환 부담 줄이자…제도 맹점 노려=한양 7차가 조합 해산 후 통합 추진위 승인을 받을 경우 재초환 부담금을 산정하는 개시 시점 시세가 현재 시세와 비슷해진다. 이에 앞으로 오를 부분에 대해서만 부담을 지면 된다. 압구정동 일대는 최근 재건축 기대감 등이 더해지면서 집값이 급등한 상태인 만큼 시점 변경만으로도 상당한 부담금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양 7차는 조합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지도부 자체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지만 조합 해체를 건의한 소유주들은 오히려 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실거래가 쌓이면 재초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조합 해산 후 통합 추진위가 출범한 후 준공 시점까지 더 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재초환 부담금 자체가 ‘0원’이 될 수도 있다.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해당하는 명확한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다시 추진위를 등록하더라도 최초 추진위 승인일을 기점으로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법 규정으로 보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며 “재초환 부담금이 실제 부과된 사례가 몇 없기 때문에 개별 사례를 모두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경우 최초 조합 설립일, 추진위·조합이 합병된 경우 각각의 최초 승인일을 개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처럼 조합 해산 후 새로운 통합 추진위를 출범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히 다루고 있지 않다. 만약 한양 7차의 사례가 성공할 경우 재초환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비슷한 사례가 계속 나타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이런 사례가 가능하다면 재초환 제도 자체의 맹점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지연·공사비 증가 ‘재초환 부작용’ 속출=한양 7차의 사례 외에도 사업 일정을 미루는 등 재초환에 대응하기 위한 조합들의 시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조합은 재초환 부담금으로 가구당 2억 4,000만 원을 통보받으면서 내부에서 “사업을 미루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단지는 2019년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오는 2025년 입주를 예정하고 있는데 이 시점을 2030년으로 미루자는 주장이다. 시세 산정은 준공 전 10년을 적용하는 만큼 이번 급등기 상승분을 적용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상승이 덜한 시기를 산입시키자는 논리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원개포한신의 경우 재초환 부담금을 내느니 공사비를 높여 ‘최고급 아파트’로 짓겠다며 역대 최고 수준인 3.3㎡당 627만 원의 예정 공사비를 책정했다. 공사비를 낮춰 분담금을 줄여도 어차피 재초환 부담금으로 토해내야 하는 만큼 차라리 공사비를 높여 고급화를 이루는게 낫다는 계산이다. 이런 경우 제때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높아진 공사비가 분양가에 반영돼 청약 대기 수요의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초환 대상 조합들은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재건축조합연대’를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도 서울의 경우 사실상 모든 조합이 재초환 대상에 포함되는데 가뜩이나 서울 공급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공급 불안만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은 개발이익 환수보다 도심의 주택 공급 감소, 변동성 확대 등 사회적 손실이 더 큰 제도”라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정상화 없이는 도심 주택 공급을 활성화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실화되지도 않은 시세 상승분에 사실상의 세금을 매긴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말은 부담금이지만 사실상 준조세 성격을 띠고 있는데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에 이어 새로운 과세 부담을 떠안긴다는 비판이다. 익명의 한 세금 관련 전문가는 “세금이 아닌데 세금과 같은 성격의 부담금을 강제한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한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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