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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빚의 굴레와 위기를 물려줄 것인가

오현환 논설위원

GDP 대비 가계부채 세계 최고

기업부채도 외환위기 수준 넘어

글로벌 버블 과도 경고 끊임없어

나랏빚 늘리면 위기 떠넘기는 격





빚의 역사는 인류 문명과 더불어 시작됐다. 최고(最古)의 수메르문명에서는 봄에 종자를 빌려주면 추수 때 수확량의 3분의 1을 돌려받았다고 한다. 구약성경은 안식년에 빚을 탕감해주는 데도 잘 지켜지지 않아 노예로 전락한 이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과 주가가 폭등했다. ‘벼락거지’ 신세가 된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빚투’ ‘영끌’에 나섰다. 하지만 이제는 금리가 급등해 그것마저 날릴 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틈만 나면 나랏빚을 내 국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달콤한 얘기를 쏟아낸다.

과연 나랏빚은 국민에게 도움이 될까 짐이 될까. 빚이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갚을 능력을 뛰어넘는다. 빚잔치가 벌어지면 채무자는 신용불량자로, 그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는 게 다반사다. 정상적인 가정·국가라면 벌어들이는 범위 내에서 지출하는 게 맞다. 그런데 우리 재정은 2008년 이후 14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빚을 쌓아가고 있다. 이런데도 나랏빚을 계속 늘리자고 하는 건 상식을 넘어 모럴해저드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나랏빚이 경제와 재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빚잔치는 개인 문제로 끝나지만 국가 빚잔치는 수많은 실업과 가정 파탄을 몰고 온다. 그리스·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등의 사례에서는 물론 24년 전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에서 잘 봐왔다. 우리 국가채무비율(D1)은 내년에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나랏빚을 무려 400조 원가량이나 늘렸다. 이 후보도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울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이 지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자국 화폐를 발행해 세계시장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축통화국과 함께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OECD 37개 회원국 중 기축통화국을 제외하면 우리가 6위에 달할 정도로 높다. 더구나 정부가 직접 공공 기능을 담당하는 유럽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는 공공기관·공기업이 많다. 이들 부채와 연금 충당 부채까지 감안한 국가부채비율(D4)은 이미 2018년에 106%를 넘어섰다.

심각한 것은 민간 부문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가계 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04.2%(2분기 기준)로 주요 37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 가계 빚이 GDP를 넘어선 나라는 한국뿐이다. 기업 부채도 GDP 대비 115.0%로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수준을 넘어섰다. 가계와 기업이 높은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빚잔치를 벌인다면 재정이라도 튼튼해야 버틸 수 있는데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짐 로저스 등 많은 세계적인 투자가들이 꾸준히 글로벌 버블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양적 완화’로 뿌린 돈을 제대로 회수하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버블 평가 지표로 널리 쓰이는 미국 버핏지수(주식 시가총액/GDP)는 이미 1분기에 318%였다. 2000년 IT거품 붕괴 직전에 200%였으니 거품이 쌓여도 엄청 쌓인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접근 수준을 나타내는 미국 가계 금융자산의 주식 비중도 1분기에 52%로 역사상 최고치다. 미국 버블 붕괴는 세계경제에 메가톤급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 버핏지수도 10월22일 기준 135%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며 물가가 치솟는 현상도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인구는 감소세로 전환해 수축기에 접어드는데 다른 선진국과 달리 연금 개혁도 이뤄내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곳이 널려 있다.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데 대선 후보들은 태평이다 못해 포퓰리즘 공약을 봇물처럼 쏟아낸다. 정치권은 빚의 굴레, 경제 위기에 허약한 체질을 후세대에 물려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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