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한계에 달한 의료진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의료 시스템은 붕괴 직전에 이르렀지만 보건 당국이 현장 상황을 외면한 채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버티면서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9일 서울시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기에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를 마주하는 응급실과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병동은 가히 아수라장이었다”며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처참한 붕괴를 현장에서 목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공의들이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날마다 맞닥뜨리는 처절한 상황에 대해 생생히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3명 모두 집에서 격리된 채 있었던 한 가족의 60대 가장은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가야 할 리스트에도 올라가지 못한 채 버티다 처참한 비극을 맞았다. 60대 가장은 재택치료 중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어 배우자가 119에 신고했지만 이대목동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여 회장은 “유가족인 딸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려주자 응급실 땅바닥에 엎드려 목놓아 울던 상황이 너무나 또렷하다”며 “며칠 전까지 건강했던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이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참극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떻게 전담 병원으로 이송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재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떨어지는 중환자들이 119 구급 차량에 실려 오갈 데 없이 떠돌고 있는 데 대해서도 대안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한나 대전협 수련이사(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심각한 위기가 온 원인은 애초 정부가 내놓은 인력 및 병상 확보 대책이 현장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라며 “혼란의 책임을 의료 현장 일선으로 떠민 채 병상만 내놓으라는 보건 당국을 강하게 규탄한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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