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경비행기로 세계 일주 단독 비행에 도전 중인 벨기에·영국 국적의 비행사 자라 러더퍼드(19·사진)는 지난 11일 김포공항에 착륙한 뒤 “저를 통해 여자들이 비행을 좋아하게 되거나, 이미 비행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나 같은 여자가 한 명 더 있네’라고 생각해준다면 제 임무는 완성”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러더퍼드는 올해 8월 18일 벨기에에서 출발한 뒤 내년 1월 중순까지 총 52개국의 하늘을 날아 4만 ㎞가 넘게 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영국과 그린란드·미국·멕시코·콜롬비아·캐나다·러시아 등을 거쳤다. 그는 러시아에서 동남아시아로 넘어가는 중간 기착지로 한국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13일 전남 무안에서 이륙해 대만 타이베이로 이동한 뒤 필리핀과 태국 등 아시아를 횡단할 계획이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그리스 등을 거쳐 다음 달 14일 다시 벨기에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이 같은 도전에 나선 이유와 관련해 “기존에 남자 파일럿이 많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튄다는 점을 극복하려 했다”며 “사회적인 롤모델 때문에 힘든 점이 있지만 그걸 극복해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목표대로 세계 일주에 성공하면 샤에스타 웨이스가 보유한 여성 최연소 기록을 11년이나 앞당기게 된다. 트래비스 러들로가 세운 남성 최연소 기록(18세)과의 격차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는 험난한 비행 과정도 털어놓았다. 그는 “알래스카에서는 날씨가 안 좋아서 한 달 동안 갇혀 있기도 했다”면서 “기류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굉장히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군 헬기 조종사 출신인 아버지와 조종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러더퍼드는 14세 때 처음 비행기 조종간을 잡았고 지난해 조종 면허를 땄다. 그는 “운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부모님은 이 여행에 비용을 분담한 것이 전혀 없고 그 비용을 감당할 형편도 안 된다”면서 “100% 후원을 통해 이 여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