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의 본격화에 따른 코로나19 대규모 확진이 속출하고 있다. 확산세가 가파른 영국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16일(현지 시간) 사상 최대인 9만 명으로 불어났고, 미국도 일일 확진자 수가 15만 명에 육박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오미크론 감염자 1명이 최대 5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높은 전염력이 심각한 질병 또는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미크론으로 인한 위중증 유발 사례가 적다고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 앞에 심각한 질병과 죽음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며 “부스터샷 접종만이 이를 막을 길”이라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재생산 지수, 델타의 최대 4배
지난 13일 오미크론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한 영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날 하루 만에 8만 8,376명이 쏟아졌다. 코로나19가 발병한 후 가장 많은 확진자 수로 전날(확진자 7만 8,610명)보다 1만 명 이상을 웃돈 것이다. 오미크론의 지역 감염이 본격화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현지 오미크론 총 감염자 수는 1만 1,708명이다. 하루 신규 감염도 13일 1,576명을 시작으로 14일 633명, 15일 4,671명, 16일 1,691명 등 하루(14일)만 빼고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영국 보건 당국은 이 수치마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식 집계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염기서열 분석(시퀀싱)을 마친 사례에 한정된 것으로 무증상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건안전청의 최고 의학 고문인 수전 홉킨스 박사는 “오미크론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3~5 사이”라고 했다. 감염자 1명이 최대 5명까지 오미크론을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델타 변이의 재생산지수는 1.1~1.2로 현재 추정된다.
파우치 “美서도 오미크론이 지배종 될 것”
미국도 15일 하루에만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4만 명을 훌쩍 넘겼고 2,000명 넘게 사망했다. 주간 일 평균 신규 확진자도 12만 명을 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미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 입원 환자는 한 달 전과 비교해 40% 증가했다. 미국 확진자 급증도 오미크론 탓으로 분석됐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오미크론이 확실히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높은 전염력 자체가 위협적이라고 말한다. 홍콩 리카싱의대 연구팀은 “오미크론이 폐보다 기관지에서 델타에 비해 70배 더 빠르게 증식된다”고 밝혔다. 이것이 오미크론의 중증화 확률이 상대적으로 왜 낮은지를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첸즈웨이 교수는 “(오미크론이) 고병원성이 아니더라도 높은 전염력이 심각한 질병, 나아가 사망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도 “오미크론이 약한 편이라 해도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감염되다 보면 입원 환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했다.
CDC 자문위 “화이자·모더나 우선 접종 권고”
오미크론의 가공할 만한 전염력에 각국은 국경 봉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이 심하다는 이유로 영국으로부터 오는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그리스 등도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출입국 규제를 강화했다. 일본도 외국인 입국 ‘원칙 금지’ 조치의 시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는 코로나 백신으로 화이자나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을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존슨앤드존슨 얀센 백신의 경우 접종 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드물게 발생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CDC가 이 자문을 최종 받아들일 경우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백신 접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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