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결산-영화①] '서스' 기자들이 취향대로 고른 2021 올해의 영화


다사다난했던 2021년 한 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서울경제스타 구성원 5명은 지난 1년 동안 각자 만난 수많은 영화 작품과 배우들 중 한가지씩 꼽아 아래와 같이 추천사를 정리해봤다. 무엇을, 누구를 고르든 철저히 자기 취향을 따랐다. 지난 1년 동안 어떤 작품, 어떤 배우가 우리에게 감동을 줬을 지 전혀 궁금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함께 살펴보자. 영화 편(①), 배우 편(②)으로 나눠 싣는다.

1)

"평소 내가 뭘 잘못했나 되돌아보게 되는 반성형 영화"






-추천영화 : 발신제한 | 2021년 6월 23일 개봉

#15세_관람가 #스릴러 #94분

영화 ‘발신제한’


가족, 친구, 연인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아무리 연락을 못했어도 ‘연말연초’라는 마법만 더해지면 카톡 메시지 창 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군가에게 잘못한 건 없는지, 혹시 사과해야 할 상대는 없는지 생각도 해보게 된다. 바로 그럴 때 보면 딱 좋을 영화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근길에 나섰던 주인공 조우진은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고 순간 공포에 휩싸인다. 차엔 폭탄이 설치돼 있다. 내려서도, 전화를 끊어서도, 경찰에 신고 해서도 안 된다. 의문의 목소리는 40억 원을 내놓으라고 조우진을 계속 압박한다. 그가 은행 센터장이기 때문. 조우진은 자신이 혹 잘못한 이는 없는지, 원한 관계는 없는지 머리를 굴려보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터 조금은 뻔한 결말로 흘러가는데, 그래도 부산 시내 곳곳을 차로 질주하는 카 체이싱 장면은 누가 뭐래도 압권이었다.

'끝까지 간다', '인질', '더 테러 라이브' 등 그동안 나름 재미있게 봤다고 생각했던 다수의 도심 스릴러 영화에서 '편집'을 담당했던 김창주 감독이 이 영화로 장편연출 데뷔를 마쳤다. 김 감독 편집 스타일에는 연출적인 요소도 가미돼 있다보니, 많은 제작자들이 김 감독에게 연출을 권하곤 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 있다. 나 또한 매일 영상 편집을 하고있는 사람으로서 약간 감동을 받았달까. 김창주 감독의 이전 편집작품들을 쭉 살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나 반성을 하게되는 요상한 매력에 추천.

2)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추천영화 : 혼자 사는 사람들 | 2021년 5월 19일 개봉

#12세_관람가 #드라마 #90분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주인공 진아(공승연)는 감정노동에 익숙해진 능숙한 콜센터 직원이다. 혼밥은 당연하고, 늘 손에는 스마트폰,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다. 그는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의 교육을 맡으면서 어쩔 수 없이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17년 전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던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상속포기각서를 내밀어도 군 말없이 사인을 해준다. 그런 그가 고독사한 옆집 남자의 집에 이사 온 성훈(서현우)이 이웃을 모아 고인을 애도하는 것을 보고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꾸밈없는 현실 이야기.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한 20대 여자의 모습을 조명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난 시대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보통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혼자만을 고집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관계에 지친 이들이라면 그리고 이별하는 게 힘든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혼자 사는 게 나쁘다'라고 몰아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도 좋다'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것이 와닿았다. 특별할 것 없는 결말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 '나'를 투영해서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3)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한 폭의 수묵화. 나이를 뛰어넘는 두 남자의 우정까지"




-추천영화 : 자산어보 | 2021년 3월 31일 개봉

#12세_관람가 #드라마 #126분

영화 ‘자신어보’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성리학이 기반이 되는 조선에서 사악한 학문이라 일컫는 서학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흑산도에 유배 온 정약전(설경구)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흑산도에 온 정약전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학문이 무엇인지 깨닫고 어류도감인 '자산어보'를 집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흑산도의 어부 창대(변요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창대는 나라의 근간이 성리학에 있다고 여기는 인물로 정약전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홀로 성리학을 공부하던 창대는 한계를 느껴 정약전에게 손을 내밀고, 정약전과 창대는 서로의 스승이 된다.

작품은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두 인물이 만나 서로의 스승이 되고 진정한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준익 감독은 과감하게 흑백영화로 연출했다. 색채를 뺀 대신에 명암을 진하게 넣은 작품은 분산될 수 있는 시선을 모아 집중도를 올렸다. 흑백으로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는 게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흑백으로 보이는 자연 풍경도 장관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산의 절경, 별이 쏟아지는 하늘 등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했다. 고목나무처럼 굳건히 작품의 중심을 잡은 배우 설경구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변요한의 연기는 수묵화에 역동성을 부여했다.

4)

"사과받지 못한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추천영화 : 세자매 | 2021년 1월 27일 개봉

#15세_관람가 #드라마 #115분

영화 ‘세자매’


늘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늘 "미안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김선영), 늘 욱하는 알코올 중독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장윤주). 세 자매는 각자 아무렇지 않은 척 인생을 살아간다. 누워 있던 내연녀 효정(임혜영)의 얼굴을 세게 밟아버리곤 모른 척하는 미연과 남들 몰래 자해를 하는 희숙, 아들 학교에 찾아가 만취해 난동부리는 미옥의 모습은 그들의 억압된 내면을 비춰주는 듯했다. 이들 모두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하지만 본심과는 다르게 아이들과 마찰을 빚는다. 미연은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고 희숙은 엇나가는 딸을 통제하지 못해 쩔쩔매며, 미옥은 남편이 데려온 전처와의 아들과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철없고 서툰 모습을 보인다.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이상한 세 사람이 하나로 묶이게 되는 것, 가족이라는 깊은 뿌리였다. 각자 다른 이상 행동들은 모두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이라는 하나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했다. 이들은 그저 아버지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을 뿐이었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는 각자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들을 현실적이면서도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이승원 감독이 전한 그대로 "연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그것을 증명했다.

5)

"우리는 생명, 우리는 빛. 제일 무서운 건 해고"




-추천영화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 2021년 1월 28일 개봉

#12세_관람가 #드라마 #100분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정은(유다인)은 하청 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는다. 실상 해고나 다름없던 파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어코 1년을 버텨 원청으로 복귀하겠다며 몸부림친다. 성차별, 본사의 압박도 벅찬 그녀에게 고소공포증은 송전탑 작업에 있어 너무 치명적이었다. 그녀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민 건 막내(오정세)였다. 편의점, 대리운전 등 쓰리잡을 뛰며 딸 셋을 키우는 막내는 그녀에게 작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쳐 주며 도와준다. 과연 정은은 송전탑 작업을 해낼 수 있을까, 1년 동안 잘 버텨 원청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노동에 있어 항상 불리한 입장이라고 말하는 모든 요소가 영화에 담겨있다. 여성, 비정규직, 그리고 사무직-현장직의 괴리. 처음 정은이 하청 업체에 파견을 받았을 때, 정은이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실 때, 모든 대화들이 정말 숨 막혔다. 영화는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우울하고 씁쓸하다. 하지만 오히려 노동 문제를 돌려 말하지 않고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복잡한 마음을 연기한 유다인과 묵묵히 일하는 오정세의 연기까지 더해져 몰입도를 높여준다.

*[SE★결산-영화②] '서스' 기자들이 취향대로 고른 2021 ‘올해의 배우’ 편에서 이어집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