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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낸 돈보다 2.4배 더 받아 …국산차 보험료 상승 우려에 '메스'

■ 금감원 자동차 보험체계 손질 착수

2년뒤 수입차 점유율 20% 육박…대물배상 상한제 등도 검토 나서

업계선 "외제차 수리비 인하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 지적


#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 라인에서 나오던 고가의 수입 차량 A와 직진 중이던 국산 차량 B 간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A 차량 과실이 70%, B 차량은 30%로 판정이 났다. A 차량은 고가의 수입차였기 때문에 손해액이 8,847만 5,000원이나 나왔고 B 차량은 148만 3,000원에 그쳤다. 과실이 적은 B 차량의 손해배상액은 2,654만 3,000원(손해액 8,847만 5,000원의 30%)으로 책정된 반면 A 차량은 사고를 낸 책임이 더 컸음에도 손해배상액이 103만 8,000원(148만 3,000원의 70%)에 그쳤다.

이 같은 사례는 현재의 자동차보험 체계의 불합리한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감사원은 관련 감사보고서에서 “피해 차량인 B의 손해배상액이 A의 25.6배가 되는 등 고가 차량의 과도한 수리비로 인해 오히려 피해 차량이 가해 차량보다 훨씬 큰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입차 점유율 2024년 20%…국산차 보험료 부담 눈덩이=금융 당국이 수입·고가차량의 자동차보험의 대물배상 보험료 산정 체계 손질에 나선 것도 고가 차량 수리비 부담이 국산·일반차에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수입차가 납부한 보험료는 4,653억 원에 불과했지만 보험금으로 2배가 훌쩍 넘는 1조 1,253억 원(2.4배)을 타갔다. 반면 국산차는 낸 보험료가 2조 8,675억 원에 달했지만 받아 간 보험료는 2조 2,491억 원으로 이에 못 미쳤다.

수입차는 계속 늘고 있어 현 제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산차의 보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보험료 체계에 메스를 들이댄 주된 이유다. 오는 2024년 수입차 점유율은 빠르게 올라 20%에 육박(19.3%)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전체 보험금 지출은 39.3% 늘어나 국산차 보험료는 9.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의 프리미엄화(고급화)를 반영하면 국산차 보험료 인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2020년 말 1억 5,000만 원 이상 수입차 점유율은 3.94%를 기록했다.

도로 위를 누비는 값비싼 외제차가 급증하는데도 법규가 이를 제때 못 따라가면서 운전자들은 자구책을 찾고 있다. 2018년 말 48.3%에 불과했던 대물담보 3억 원 이상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72.2%로 치솟았다. 수입차와 단순 접촉 사고를 냈다가 억울하게 큰돈을 건네준 적이 있다는 사례가 빈발하자 자발적으로 보장 한도를 높여 잡은 것이다.



◇고가 수리비 특별요율·대물배상 상한제 ‘만지작’=당국이 수입차 자동차보험에 손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 자기차량손해에 고가 수리비 할증요율을 신설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2020년 3월 특별요율에 따른 할증 구간을 150~300%까지 세분화하고 최고 할증률을 15%에서 23%로 상향하는 등 보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보험료 할증은 자기차량손해에만 적용되고 대물배상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학계와 보험 업계에서는 보험료할증제 확대 적용 방안을 우선 제시하고 있다. 감사원이 고가 차량 137종(수입차 106종, 국산차 31종)에 자기차량손해 할증 방식을 차용했더니 고가차 보험료는 평균 15.3%(대당 3만 5,073원) 인상되는 데 반해 일반차는 평균 1.9%(대당 4,389원)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대물배상에 일정한 상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홍철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차대차 교통사고에서 자동차의 시가가 일정한 기준 금액을 넘으면 대물손해 의무보험금의 5배 이내에서 배상액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다만 이런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도 나온다. 고가차 보유자는 ‘대물배상 보험금은 상대방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는 것인데 왜 내가 가입한 대물배상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고 할증된 보험료 귀속에 대한 문제도 있다. 할증분이 고가차 보유자가 가입한 보험사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물배상에 상한을 두는 방안 역시 손해의 완전배상 원칙에 위배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친환경 차량이나 첨단 안전장치 장착 차량 가격이 고가라는 이유로 보험료 산출 시 불이익을 받게될 경우 기술 발전 및 이를 통한 환경보호, 교통 안전성·편의성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 개편 시 국산차 보험료 인하 여력=논란을 딛고 대물배상 보험료 산정·부과 방식을 개선한다면 자동차보험의 만성 적자로 허덕이는 보험사는 손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관리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금융 당국이 보험사에 내줄 당근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가차 특별요율 신설, 보험금 지급 상한 설정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장단점을 따져보는 단계”라면서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물배상 제도 개선과 자동차보험료 인하 문제는 별개”라고 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수입차의 고가 수리비 인하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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