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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숨진 부산 싼타페 사고…"급발진 아니라는데.." [영상]

법원 1심서 "제조상 결함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

"법에 따른 감정절차 아닌 개인 의뢰 사감정 불과"

'급발진 모의실험 결과' 감정서 증거로 인정 안돼

지난 2016년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산타페 사고’에 대해 법원은 “급발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8월 운전자를 제외한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싼타페 사고’가 급발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6년여 만에 나왔다. 운전자 등 유족들은 자동차의 급발진이 사고 이유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운전자 과실로 결론 짓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이에 유족들은 차량 제조사인 현대기아차와 부품제조사인 보쉬 등을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 민사6부는 최근 1심 선고에서 “사고 차량의 제조상 결함이 존재한다거나 사고가 제조업체의 배타적인 지배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유족 측에서 증거로 제시한 ‘전문가 급발진 모의실험 결과’ 관련 감정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동차 전문가가 진행한 이 급발진 모의실험은 당시 사고 차량에 장착돼 있던 인젝터·고압연료펌프·터보차저와 같은 차종의 엔진·엔진오일을 결합해 진행됐다. 전문가는 이 실험에서 고압연료펌프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료가 엔진오일 라인에 들어가 오일 수위가 올라가면서 연소실에 역류 현상이 발생하고, 그 결과 많은 연료가 연소실에 유입돼 엔진 회전수가 5,000RPM까지 치솟아 ‘급발진’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CD영상을 촬영할 당시 이 사건 자동차에서 나타난 현상이 사고 발생 당시의 것과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정서도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감정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개인적으로 의뢰해 받은 사감정 결과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배척했다.



또한 법원은 “CD영상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 촬영된 것인데다 자동차는 현상 보존을 위한 별다른 조치 없이 개인 정비공장에 수개월 동안 보관돼 자동차의 현상이 변경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사고가 2016년 8월 2일에 일어났지만, 그해 9월 20일께 원고 측 요청에 따라 부산에 보관 중이던 사고 차량을 인천에 있는 전문가의 정비공장에 입고시켰고, 12월에 고압연료펌프 플렌지볼트 풀림 현상에 따른 연료 누유로 인한 급발진 사고임을 전제로 실험 영상을 촬영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외 엑스레이 감정 결과를 보면 엔진과 고압연료펌프 주변에 연료나 엔진오일 누출 등 작동 이상을 추정할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는 점, 자동차 구조상 제동장치와 엔진 동력발생장치가 별개 장치로 설계된 점,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점등된 상태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혼합유가 역류해 실린더로 유입되면서 일어나는 오버런 현상 때 발생하는 백연현장(불완전 연소로 인해 흰색의 배기가스가 과량 분출되는 현상)도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보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급발진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016년 8월 부산 ‘싼타페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


한편 사고는 2016년 8월 2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남구 감만동 사거리 부근에서 물놀이를 가던 일가족 5명이 탄 싼타페 차량이 내리막길부터 속도를 내더니 좌회전 도중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질주하다 갓길에 주차해 있던 트레일러를 그대로 들이받은 사고다. 이 사고로 운전자를 제외한 처와 딸, 손자 2명 등 모두 4명이 숨졌다. 운전자는 30년 가까이 택배 배달과 택시 운전 등을 해온데다 차량도 꾸준히 정비를 받아왔다며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했다.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내리막길에서 차량에 속도가 붙고 통제 불능에 빠지자 운전자가 “차가 와 이라노. 아이고 애기, 애기, 애기”라며 다급해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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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환 기자 디지털편집부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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