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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월평균 15만건인데 …감염병 경보 하향땐 불법 전락

[코로나가 할퀴고 간 2년…법제화 시급한 비대면 진료]

작년 10월까지 누적 312만건 돌파

재택치료 전면 도입에 수요 증가세

감염병 위기 대응 해법으로 떠올라

병원들도 디지털 전환 채비하지만

의료법 개정안 여전히 국회서 낮잠

명지병원 재택치료센터와 같은 건물 5층에 위치한 MJ버추얼센터에서 전문의가 화상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명지병원




# 알레르기 비염을 달고 사는 주부 김 모(39) 씨.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 병원 방문 부담이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감기 증상을 보일 때도 병원 방문 대신 비대면 진료를 선호한다.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가 진료 현장에 일으킨 변화다. 정부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 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감염병 예방법 개정을 통해 ‘심각 단계 이상의 감염병 위기 경보를 발령하면 유선·무선·화상통신을 비롯해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관 외부에 있는 환자에게 건강 또는 질병의 지속적 관찰, 진단, 상담 및 처방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210만 명이 312만 건의 원격진료를 경험했다. 지난해 11월 말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비대면 진료 수요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원격의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진행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66.1%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에 찬성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 재택치료 환자가 크게 늘어 원격의료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을 강력하게 반대하던 의료계 내부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환자 재택치료 담당 병원들을 중심으로 이 기회에 디지털 전환을 통해 코로나19는 물론 이후에도 들이닥칠 다양한 미래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대형병원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명지병원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재외국민 대상의 비대면 진료를 시작한 데 이어 지자체와 손잡고 재택치료센터와 이동진료소 운영에 돌입했다. 일산병원은 원격 생체 징후 모니터링을 통한 고위험군 선제 관리 시스템 등 새로운 감염병 대응 모델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4월부터 일부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운영에 나섰다. 가장 반대가 거셌던 의원급 의료기관들에서도 무작정 반대하기보다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7월 원격의료연구회를 만들고 적정 수가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2년째 굳게 잠겨 있던 빗장이 코로나19 시국을 타고 열리는 듯 보이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이대로 감염병 위기 경보가 하향 조정될 경우 원격의료는 다시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영구적 원격의료 시행을 위한 의료법 개정이 필수다. 하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최혜영 의원이 의원급 기관이 원격 모니터링과 의료 사각지대에서 비대면 진료 범위를 진행하는 제한적 형태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하고 있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대선 후보들이 원격의료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올해 첫 일정으로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를 찾아 원격진료를 체험하며 원격치료에 관심을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의료 지원 여건이 열악한 군 격오지를 중심으로 원격진료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연내 의료계·시민사회와 논의를 갖고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위원장)은 “의료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려면 원격 모니터링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이 필수이며 산업 관점이 아닌 의료계 생존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제도 정비를 위한 논의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를 경험한 이들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높은 만족감을 표한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진행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66.1%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에 찬성했다. 원격진료에 관한 인식이 개선되자 관련 시장도 성장세를 탔다. 원격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닥터나우는 2020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만에 누적 이용자수 90만 건을 기록했다.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20~30대를 중심으로 이용자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많이 이용한 진료 과목은 내과(25%), 피부과(19%), 이비인후과(14%) 순으로 만성질환에 의한 진료와 약 처방 또는 감기, 비염 등 경증 질환에 대한 비대면 진료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닥터나우에는 360여 개의 동네 병·의원과 약국들이 입점하고 있다. 1년 새 제휴 업체가 10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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