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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NSIDE] 5,500억 딜도 한 순간 '허공에'…잇따라 터지는 사모펀드 소송전

'한앤코·남양' 분쟁 장기화에 'JC파트너스·칸서스'도 전운

어피니티 VS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3년 넘게 지속돼

'사전동의권 무효 판결' 발단, 분쟁 남발 풍토 조성 우려도

KDB생명 로고/사진제공=KDB생명




KDB생명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두고 JC파트너스와 칸서스자산운용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주인 찾기가 표류할 조짐이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교보생명의 풋옵션 분쟁, 지난해 불거진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003920)의 경영권 다툼에 이어 사모펀드(PEF)를 둘러싼 또 하나의 법적 분쟁이 추가된 양상이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법정 분쟁도 불사하는 풍토가 조성되는 가운데 최근 사전동의권 무효 판결을 계기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소송전이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JC파트너스는 지난 17일 칸서스자산운용이 KDB생명 매각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건 부당하다고 밝혔다.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 영향으로 KDB생명 인수가 불발될 시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난 연말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와 'KDB칸서스밸류 유한회사'에 거래종결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JC파트너스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측이 조성한 사모펀드로부터 2020년 12월 KDB생명을 총 5,5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늦어지면서 계약 연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측이 이달 31일까지 계약 기한을 미룬다는 회신을 했지만 칸서스측은 돌연 매각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JC파트너스는 날인을 찍은 공문을 보낸 직후 소송을 제기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애초에 매각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기한 연장에 동의한 적이 없고 작년 말 SPA 거래종결 기한이 도래한 만큼 KDB생명 매각 계약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KDB생명 인수측과 매각측이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칸서스운용이 KDB생명 딜로 인한 손실을 줄이려는 방편으로 법적 분쟁을 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칸서스운용은 2010년 6,500억 원을 들여 KDB생명을 인수했으나 경영난으로 산업은행 등이 추가 출자에 나섰다. 이때 지분율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현재 매각가도 10여년 전 인수가격보다 떨어졌다. 보험사 실적 개선에 유리한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고 있어 이번 계약을 무효로 하면 추후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의 경영권 분쟁도 상식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경영권 매각 거래 종결 예정일이던 지난해 7월 30일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이른바 '노쇼 사태'를 야기했다. 추후 외식사업부를 매각 대상에 포함하느냐를 놓고 이견이 발생해 결정적인 ‘딜 브레이커’가 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법적 분쟁을 촉발할 사유였는지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어피니티와 교보생명간 법적 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2012년 9월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2015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가 완료되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교보생명 상장이 기약없이 밀어지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어티니티가 법원에 지분 가압류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다툼은 국내를 넘어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국제중재재판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과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등은 모두 이례적인 사례"라며 "특정 목적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적 분쟁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향후 사모펀드 법률 리스크가 일부 빅딜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원이 투자자에게 중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서울고등법원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A사가 컴퓨터시스템 제조 판매사인 B사를 상대로 “43억여원을 지급하라”며 낸 상환금 청구 소송에서 A사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B사가 2016년 12월 발행한 신주 20만주를 인수하면서 추후 신주 발행시 A사 동의를 받게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B사는 2018년 8월 서면 동의 없이 26만주를 발행했다. 이에 A사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B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신주 발행이 사전동의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결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 발행사는 신규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투자 유치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약정을 맺어 왔다. 하지만 사전동의권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발행사가 기존 약정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계약에 명시된 내용에 대한 이견 만으로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 법적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법조계에선 사전동의권 무효 판결의 후폭풍을 주시하고 있다"며 "일부 대형 M&A에서 소송전이 불거지는 데 그치지 않고 크고 작은 법적 분쟁이 남발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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