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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삶의숲' 베고 '겨울숲' 덮고 폐교서 하룻밤…冬心과 하나 되다

◆주민들이 만든 '감성 테마여행' 충북 음성

수제맥주·의약품 등 공장 탐방

충북 공업 1번지 활용한 '잼토리'

주민따라 수레의산 생태길 힐링도

폐교 캠핑장에선 '오겜 놀이' 흠뻑

교황 드신 빵 만든 '꽃동네제빵소'

추억과자 체험 '주전부리…'도 재미

충북 음성 생극면 솔부엉이 캠핑장에서 촬영한 음성의 밤하늘. 공장으로 둘러싸인 음성에서 생극면은 유일한 청정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사진 제공=솔부엉이캠핑장




충북 음성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여행 불모지다.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낯설게만 들리는 지명이다. 그런데 여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곳에서 요즘 새로운 방식의 여행이 시도되고 있다. 빼어난 경관의 명소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를 둘러보는 대신 지역 주민들의 안내에 따라 마을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숨겨진 옛 이야기를 들춰내는 색다른 여정이다.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음성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한발 먼저 둘러보고 왔다.

품바는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음성에서 거의 유일한 자원이다. 사진은 품바재생예술체험촌에 설치된 폐자재를 재활용한 대형 작품.


음성을 여행지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의 주역은 음성 주민들이 꾸린 관광두레주민사업체다.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숙박, 식음, 주민 여행, 체험 등 관광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13년부터 105개 지역에서 총 624개의 주민 사업체를 발굴해 쏠림 현상이 심각한 국내 여행 수요를 전국으로 고루 분산하는 성과를 거둬왔다. 여행 불모지인 음성에서는 현재 5개의 관광두레가 운영되고 있다. 캠핑·먹거리·여행사 등 서로 주제는 다르지만 음성을 되살려보겠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다.

음성 대풍산업단지 한독본사 내에 자리한 팩토리투어센터. 공장 내 유리온실을 개조해 카페 및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행 불모지를 국내 최대 팩토리투어 단지로…반란을 꿈꾸다



음성의 자랑거리 하나를 꼽으라면 충북에서 가장 많은 기업체를 보유한 ‘공업 1번지’라는 점이다. 16개 산업 단지, 총 2,500여 개의 기업체가 음성에 둥지를 틀고 있다. 여행과는 무관할 것 같은 음성의 공장들이 여행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상품을 내놓은 곳은 산업 관광 전문 여행사 잼토리다. 음성군 최초의 지역 전문 여행사로 지난해 처음 문을 연 잼토리는 지역 내 수많은 공장과 산업 단지 인프라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했다. ‘잼토리’라는 이름은 ‘재미있는(Jam)’과 ‘공장(Factory)’의 합성어다.

잼토리 구성원들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전직 여행업 종사자들이다. 여행 상품 기획자, 전문 가이드 등으로 활동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들이 관광두레를 통해 다시 만났다. 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코로나19 시대에서 기회를 찾고자 지난해 11월 법인을 설립한 이래 공장 견학을 주제로 한 ‘재미있는 산업관광’, 충북의 4계절을 담은 ‘사계절 농촌 탐사대’, 힐링이 필요한 청년들을 위한 ‘나를 찾는 하룻밤 여행’, 건강한 우리를 위한 ‘웰니스 주말여행’ 등 지금까지 10여 개의 상품을 내놓았다.

팩토리투어센터에서는 약 제조 체험인 ‘사랑의 묘약’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상품은 ‘재미있는 산업관광’이다. 10개 기업의 생산 시설을 둘러보는 팩토리투어(공장 견학)와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상품으로 유제품, 소시지, 수제 맥주, 의약품, 골프공 등의 생산 시설 11곳 중 원하는 곳을 골라 둘러보고 지역 관광 자원인 백야자연휴양림과 감곡성모매괴성당, 천년고찰 미타사를 순례하는 1박2일 일정이다.

한독의약박물관 내 전시된 소화제인 훼스탈 제조기. 관람객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동서양 의약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출발점은 한독 본사 팩토리 투어센터다. 유리 온실로 지어진 투어센터는 원래 약초원으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관광안내소 겸 카페,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장 견학에 앞서 약사 가운을 입고 알약처럼 생긴 사탕으로 약을 조제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투어센터에서 의약 생산 과정에 대한 기본 이해를 마쳤다면 이제 공장을 견학할 차례다. 의약 공정실에서 알약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둘러볼 수 있다. 다음 코스는 한독의약박물관이다. 지난 1964년 설립된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기업 박물관이자 전문 박물관이다. 삼국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의약 유물과 의서가 전시돼 있다. 약을 달이던 초두, 약수저와 약장 등 전시 목록만 2만 점에 달한다.

‘재미있는 산업관광’은 기존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해오던 견학 프로그램에 지역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을 더했다. 여행자들이 개별 공장에 연락해 방문 일정을 예약하고 코스를 짜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숙박과 식사 등의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잼토리 구성원들이 해설사로 나서 전 일정을 함께 하는 것도 장점이다. ‘재미있는 산업관광’은 오는 3월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황영묵 생생마을여행사 대표가 생극면을 무대로 한 생태 탐방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생생마을여행사는 생극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만든 생태 탐방 전문 여행사다.


주민이 직접 만든 생태지도 따라 동네 한 바퀴



잼토리가 산업 관광에 특화됐다면 생생마을여행사는 생태 탐방 전문 여행사다. 생극면 주민자치위원으로 구성된 이 여행사는 생태 환경을 지키는 데 뜻이 있는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 공동체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중단된 사이 지역 동식물을 조사하고 주민들을 인터뷰해 마을 역사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은 ‘생극면 생태환경 이야기(생생가이드)’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올봄부터는 생생 가이드북을 기반으로 생태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들의 안내에 따라 생극면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참가자들은 수레울권역센터에서 출발해 수레의산 생태길을 산책하고 꽃사과마을에 들러 꽃사과 효소도 만들어볼 수 있다. 점심으로는 들깨마을 주민들이 차려낸 가정식 들깨 정식을 맛보고 수레의산 자연 휴양림이나 지어진 지 100년 가까이 된 팔성리 고가에서 묵을 수도 있다.

계절별로 코스도 달라진다. 봄에는 수레의산에 피는 야생화 트레킹 코스가 핵심이라면 여름에는 생극면을 가로지르는 응천을 중심으로 물고기와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가을에는 수확철 농촌 체험과 유적 및 문화 예술 체험을, 겨울에는 저수지 산책과 김장·보쌈 만들기, 떡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솔부엉이 캠핑장은 무극초등학교 사정분교 동문들이 지난 1997년 폐교된 학교를 매입해 캠핑장으로 꾸민 공간이다. 사진은 캠핑장에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오징어게임’.


추억 속 놀이터에서 하룻밤을…동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교 캠핑장



솔부엉이 캠핑장은 초등학교 동문들이 모여 폐교가 된 모교를 캠핑장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흰머리가 지긋한 60대의 무극초등학교 사정분교 동문들이 1997년 폐교된 분교를 살리기 위해 고민 끝에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부용산 자락의 힐링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캠핑장은 12가구가 모여 사는 부락 벌터마을과 연계한 마을 여행의 매력도 경험할 수 있다.

솔부엉이 캠핑장 만의 특별함은 단체 프로그램이다. 10인 이상 모일 경우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전통놀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교 건물은 북카페, 키즈카페, 농산물 직거래 장터, 건강식 요리 원데이클래스 등으로 활용된다. 캠핑장 운영은 동문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은퇴한 동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 주전부리제작소의 윤순현 대표가 오란다를 만들고 있다. 주전부리제작소는 음성 대표 간식거리로 오란다를 판매하고 있다.


‘교황이 드신 빵과 쿠키’, 추억의 오란다…특별한 먹거리로 승부수



관광두레 주전부리제작소와 꽃동네제빵소는 음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곳들이다. 먼저 꽃동네제빵소는 이름뿐만 아니라 실제 꽃동네학교 교사와 재학생·졸업생 3명으로 구성됐다.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교황이 드신 빵과 쿠키’를 만든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꽃동네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만든 빵과 쿠키가 간식으로 내어졌고 이후 교황청에까지 전달됐다.

꽃동네제빵소 제품은 ‘힐링쿠키’ ‘희망쿠키’라는 이름으로 감곡매괴성모순례지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착한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음성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발달 장애인 고용과 안정된 근로 환경 마련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주전부리제작소는 ‘도토리숲’이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만난 마을 활동가들로 구성된 주민 공동체다. 지역을 대표하고 홍보할 수 있는 간식으로 추억의 과자 오란다를 생산·판매하고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카페 겸 도서관, 가죽 공방으로 운영되는 사무실은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음성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주민들의 복지에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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