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변화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를 통해 형성돼왔지만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오늘날 그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통용되던 기준이 어느새 낡은 것이 되곤 한다. 특히 최근 2년은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의 등장으로 세상은 모든 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환경이 바뀌면 생활도 그에 따라 변하게 된다.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 역시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을 둘러싼 제도들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주주총회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3월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모여 기업의 중대 사안에 대해 의결하는 주식회사의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이자 주식회사 지배구조의 핵심 요소다. 비대면이 강조되는 코로나 시대에 세계 주요 국가들은 주주들이 물리적 공간에 모이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주주총회에 참여하고 의결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전자 주주총회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두려운 요즘에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전자·통신 분야의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50여 년 전통의 주주총회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나마 몇몇 대기업에서 주주총회를 생중계하는 시도를 시작했으나 실시간으로 의결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전자 주주총회는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허용하는 유권해석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주총회의 결의 요건도 마찬가지다. 주주총회 보통결의 요건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 외에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까지 얻어야 한다. 이런 결의 요건은 높은 개인투자자 비율과 주주의 단기 투자 성향 등으로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Rule)’ 역시 외국에는 유례가 없는 제도로서 감사 선임 시 어려움이 있으므로 제한 수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운동선수라도 무거운 경기복을 입고 울퉁불퉁한 트랙에서 달린다면 선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기업들에도 낡은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떼어주고 성장의 날개를 달아줄 때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워주는 제도 개선으로 임인년 올 한 해 우리 경제가 높이 비상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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