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 ‘통합의 정치’를 첫 메시지로 내놨다. 윤 당선인 뿐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이후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직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도 ‘100%대한민국’을 강조했다. 역시 통합이었다. 전·현직·미래 대통령 마다 협치와 통합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5년 동안 ‘적폐’ 싸움만 했다.
이번에도 신·구 권력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끓어 오르는 모습이다. 이미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을 쥐고 있다. 해당 사건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35차례나 등장한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한 셈이다. 결국 미래권력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이지만 다시 오는 미래권력에 윤석열 정부도 같은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은 5년마다 통합과 협치는 커녕 적폐싸움에 갈등사회로 치달아 갈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과 이재명 전 지사 간 득표율 0.73%포인트 격차를 두고 언론들은 엄중한 민심이니 협치를 하라 주문했지만 공염불이다. 한 표만 더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움켜쥐는 ‘승자독식’ 제도를 놔두고 협치를 하라는 말은 형용모순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 ‘모아니면 도’ ‘올 오어 낫씽’ 선거제도 하에 승리자는 점령군이 될 수 밖에 없다. 점령군에게 마음을 열고 협조할 구권력도 없다. 대선이 보름이 지났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만남 조차 없다. 점령군과 패잔병만 남는 선거제도의 민낯이다.
서울경제가 대선평가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정치제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현행 선거제도로는 ‘협치는 못한다’고 단언했다. 제도가 의식을 지배하고 의식은 문화가 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의식을 지배하는 현행 권력구조 개편 없이는 5년마다 이 지겨운 갈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협치와 통합의 정치’ 메시지에 맞는 선거제와 권력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를 옮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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