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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도세, 폐지냐 유지냐…증권사 전산구축 '우왕좌왕'

증권사별 수십억 들여 준비 불구

'폐지 공언' 尹 당선후 작업 올스톱

빨라야 연말에나 구체방향 나와

업계 "정책 불확실성 해소 시급"





“'올스톱'됐습니다.”

주식 세금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던 증권사 관계자들이 최근 대혼란에 빠졌다. 연초만 해도 증권사들은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주식양도세)법에 맞춰 전산 시스템 설계·구축 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을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현장은 멈춰 섰다. 주식양도세법 원안대로 전산 작업을 진행하자니 양도세법이 폐지·수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용도 문제다. 증권사별 전산 구축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

28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내년 시행될 주식양도세 전산 설계와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증권사들은 내년 주식양도세법 시행을 앞두고 전산 설계·구축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자본시장 핵심 공약으로 주식양도세 폐지를 내건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식양도세법 내년 시행’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가다가 네 갈래 갈림길을 맞닥뜨리면서다. 증권 업계의 한 전산 실무 담당자는 “주식양도세법 폐지, 수정, 연기, 원안 추진이라는 네 가지 가능성으로 전산 설계 작업이 ‘올스톱’됐다”며 “전산 설계와 구축은 단일 방향성과 기준 아래 가능한데 현재처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도세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용과 인력을 들여야 하는 증권 업계가 전산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이유다.



주식양도세는 주식을 팔 때 거둬들이는 수익에 대해 내는 세금이다. 지분율이 코스피 종목 1%, 코스닥 종목 2%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 총액이 10억 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부과됐다. 이 주식양도세를 문재인 정부는 내년부터 주식, 금융 상품 등 금융 투자 상품으로 연 5000만 원 이상 양도차익을 얻을 경우 최대 25% 세율, 6개월마다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이를 백지화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에 맞춰 낮추기로 한 증권거래세는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윤 당선인의 공약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전산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증권사들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증권 업계에서는 만약 내년부터 세금을 부과하려면 적어도 올 상반기 내 전산 구축을 마무리 짓고 하반기부터 테스트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 전산 실무 담당자는 “최악의 경우 여태껏 진행하던 전산 설계와 구축 작업을 완전 폐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게 현 상황”이라며 “실무 담당자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조속히 걷히기를 바라는 게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내년 시행될 주식양도세법의 구체적인 방향은 연말께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 공약과 내년 시행될 주식양도세법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여야는 개정 문제를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데 정기국회가 올 9월에나 열리는 만큼 주식양도세법이 어떻게 결론 나든 전산 실무를 해야 하는 증권사들에는 시간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또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주식양도세법 개정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증권사들은 시간에 쫓겨 전산을 구축할 수밖에 없고 점검 시간도 불충분해 관련 피해는 온전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식양도세 부과가 폐지된다고 해도 비용 문제가 남는다. 각 증권사들은 내년 시행될 주식양도세법을 위해 이미 비용을 투입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 공약대로 주식양도세 부과가 폐지되면 증권사들은 여태 들인 수십억 원이 휴지 조각이 되는 셈”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매몰 비용은 대체 어디에 청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서종갑·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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