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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가 불안한 이유

임세원 시그널부 차장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윤종하 부회장은 수년 전 기자에게 자신들의 위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MBK는 동북아 1위 자산운용사로서 한국의 어떤 금융지주나 은행·증권·보험사보다 글로벌 금융 업계에서 높은 순위에 있다고. 그는 업권별 순위 통계를 직접 들고 왔는데 기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인식을 바꾸려 했던 듯하다.

윤 부회장의 노력에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사모펀드가 금융회사의 주인이 되는 일에 부정적이다. 당국은 사모펀드라면 은행은 물론 증권과 보험사도 대주주 도장을 찍어주기를 꺼린다.

MG손해보험은 이런 사정이 법정까지 넘어간 사례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고 대주주로 있는 사모펀드 JC파트너스의 지위를 정지시켰다. JC파트너스는 곧장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일단 법원은 JC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오히려 회사를 살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

금융 당국은 MG손보의 부채가 자산보다 1100억 원 이상 많다고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이 역시 내년부터 도입할 새 기준을 적용하면 자산이 부채보다 5000억 원 많아진다는 JC파트너스의 반박을 일부 수용했다.

금융 당국 입장에서 MG손보는 이미 부실한데 새 주인조차 미덥지 않다. JC파트너스는 신생 운용사고 ‘밑 빠진 독’이던 MG손보를 살리기에 투자금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법원이 당장은 금융 당국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지만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의문이 남는 이유다. 앞으로 당국과 대주주가 2~3년간 법정에서 다투는 동안 MG손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빠질 수 있다.



MG손보 및 JC파트너스보다 훨씬 큰 롯데손해보험과 그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JKL파트너스는 금융위에서 자본시장법을 만든 공무원을 영입해 롯데손보 인수를 맡겼다. 인수 직후에는 교직원공제회 등 큰 손의 지원을 토대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직원 평가는 장기 성과 위주로 개편했고, 자산운용에 안정성을 강화했다.

JKL은 롯데손보 인수 후 2년간 체질 개선을 통해 지난해 처음 흑자를 냈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는 평가다. 2년 간 대표이사만 3명을 갈아 치웠고 인수 전 투자와 상품 구성 탓에 자본 건전성은 여전히 좋지 않다. 임원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회사 내부의 잡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단기 성과를 기대하고 JKL에 돈을 맡긴 기관투자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사모펀드가 보유 중인 한 보험사의 관계자는 “처음에는 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는데 지금 보니 단기 투자자인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경영하는 건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은 많은 가입자의 비상시를 대비해 받은 보험료를 장기간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이익을 얻는다. 보험은 상품당 가입 기간이 길고 이에 맞춰 보험사의 투자 기간도 길다. 사모펀드 특유의 단기 성과 추구는 되레 보험사에 독이 될 수 있다.

MBK를 비롯해 일부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했고 높은 가격에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상당수 사모펀드들이 비슷한 성공 사례를 기대하며 MG손보를 인수하려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사모펀드와 보험사는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배다. 사모펀드의 보험사 투자 성공 사례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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