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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부리는 횡령 범죄…“관리자급도 크로스체크해야”

횡령 범죄 2019년 1만 7310건 2020년 1만 7802건 발생

오스템임플란트·강동구청 등 최근 대형 횡령사건 줄지어

욕망과 맞닿아 있는 횡령 범죄…구조적 변화 필요해

"관리자 직급에도 크로스체크 시스템 도입해야"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3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본점에서 6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횡령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부에서 범죄 사실을 인지하기가 어려운 횡령 범죄의 특성상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횡령?업무상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 등의 횡령 범죄는 2019년 1만 7310건에서 2020년 1만 7802건으로 소폭 늘어나며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이후에도 횡령 범죄는 고도화·다양화되며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2021년 이후의 확정통계가 없는 상황이라 분명하진 않지만 횡령 범죄는 최근에도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형 횡령 사건은 최근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에 근무하던 한 직원은 회사 자본금의 108%에 달하는 2215억 원을 횡령해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올해 초에는 강동구청 공무원이 공금 115억 원을 횡령했고 계양전기 직원은 245억 원을 빼돌렸다. 최근 범죄 행각이 밝혀진 우리은행 본점의 관리자급 직원은 10여 년간 614억 원을 횡령했다.



문제는 횡령 범죄가 타 범죄에 비해 여전히 외부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예산을 관리?감독하는 내부 관계자의 고발이나 외부 감사에 의해 적발돼야 범죄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담당자들이 담합해 서류를 조작할 경우에는 발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하진규 파운더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특히 최근에 발생한 우리은행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말단 직원이 아니라 관리자 위치에 있는 직원들이 횡령할 경우 범죄 사실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려운 구조”라며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기업과 기관들이 관리자 직급의 업무에 대해서도 ‘크로스체크(교차 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제 드러난 횡령 범죄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EY한영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회계?재무?감사 담당자 4명 중 1명이 회사 내 횡령과 회계 부정을 직접 목격하거나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가 5조 원 이상인 거대 기업의 경우에는 해당 응답률은 36% 수준까지 올랐다. “향후 본인 회사에 횡령 또는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도 35%에 달해 시스템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각 기업과 기관들이 횡령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횡령 범죄는 돈에 대한 근본적이고 본능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어 구조적으로 방지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관리자가 예산 관리에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배제하고 예산 관리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감시 시스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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