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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불공정거래 피해구제, 조정제도가 답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




5월 3일 새 정부의 110대 국정 과제가 발표됐다. 공정거래 분야에는 ‘신속하고 내실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 피해 구제 체계 마련’ ‘불공정거래 피해 신속 회복’ 과제가 포함됐다.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받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통적인 법 집행 방식은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일반적이다. 이런 법 집행 방식으로는 중소 사업자와 자영업자의 피해를 제대로 구제할 수 없다. 을(乙)들이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소송에는 큰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승소율 또한 낮은 게 현실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분쟁 조정 제도’다. 공정거래 분쟁 조정 제도는 공정거래법·하도급법·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약관법 및 대리점법 등 6개 법률에 도입돼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6개 분야의 분쟁 조정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특히 무료로 조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조정 개시된 5131건 중 74%인 3788건이 성립돼 약 3400억 원의 피해를 구제했으며 조정에 걸린 기간은 약 50일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하도급 대금 분쟁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2021년 이후 19건의 하도급 대금 분쟁을 조정해 약 131억 원의 피해를 빠르게 해결했다. 이런 맥락에서 전통적 법 집행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 을들의 피해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구제하는 분쟁 조정 제도는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피해 사업자들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걷어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시가 급한 을들을 위해 조정 기간이 단축돼야 하고 성립률도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직원들의 전문성이 더 향상돼야 한다. 분쟁 형태가 점차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전문성 없이는 효율적인 분쟁 해결이 어렵다. 전문 교육 확대, 모범 사례 공유 등을 통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분쟁 조정 상임위원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분쟁 조정 기관 중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만 유독 상임위원이 없다. 비상임위원으로는 심도 있고 적시성 있는 조정이 어렵다. 다른 모든 분쟁 조정 기관들에 상임위원이 있는 이유를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감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분쟁 규모가 크고 기술이 복잡한 경우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조정이 쉽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때 전문 감정인의 도움을 받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면 조정 기간이 단축되고 성립률도 높아진다.

오죽하면 공정거래 분야의 신속한 피해 구제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제시됐겠나.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거래 분야의 대표적 피해 구제 기관으로서 을들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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