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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다시 한번 '누리호'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우주개발은 다른 사업보다 임무의 성공과 실패가 명확하다. 오는 6월 15일 한국형발사체(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두고 성공에 대한 확신과 기대감만큼이나 실패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크다. 국민의 큰 기대와 성원을 잘 알기에 누리호 개발을 담당해 온 기관의 대표로서 그 책임감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나’이다. 심정적으로는 시원하게 100%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우리 개발진의 고뇌와 노력이 반드시 성공의 결과로 보상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을 공학자로 살아 온 전문가로서 ‘지금 이 순간 성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확답할 수는 없다. 이미 검증된 외국발사체로 우리가 만든 위성을 발사하던 매 순간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그것이 현실이다.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둔 시기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 들기엔 다소 조심스럽다. 그러나 솔직히 이 말을 몇 번 반복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용기를 내 본다. 이번에 완벽하게 성공할 수도 있고, 몇 번을 더 애태워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한 번 성공하고 다음에 또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통한 기술 발전은 과학기술의 역사와 경험이 입증한 불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누리호 개발진은 최선을 다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누리호 임무를 성공하기 위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모두 완료하였다. 몇 날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1차 발사 실패 원인을 찾고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자만할 수는 없다. 어디엔가 예상치 못한 부족함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는 파괴 시험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이라도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 체계가 파괴될 때까지 한계를 밀어붙여 봐야 한다. 누리호도 그렇다. 추진제 탱크, 엔진 등 개발 과정에서 파괴 또는 폭발 직전까지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붙이는 많은 시험도 거쳤다.

지난 10월 1차 비행시험에서는 임무 수행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다행히 파괴되지 않고 끝까지 비행하며 개발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비행 데이터를 남겼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과정도 누구의 조언 없이 우리 기술만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마무리했다. 누리호 1차 발사 실패와 그 극복 과정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심화해 가는 계기였다.

실패는 개발의 한 과정이다. 모든 실패는 아프고 씁쓸하지만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노력은 우리를 발전시킨다. 만일 오는 6월 두 번째 발사에도 실패한다면 무척 쓰릴 것이지만 더욱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혹시나 내년에 세 번째 도전에도 실패한다면 더 큰 좌절을 겪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기술을 축적할 것이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많은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는 게 중요하다. 발사체 개발의 역사는 여러 실패를 경험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스페이스X도 수많은 실패 속에 성장했다. 발사체의 경우 모든 발사 경험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다.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두고 용기를 내어 다시 한 번 국민의 응원을 요청드리고 싶다. 우주 발사체의 독립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점점 더 우주에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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