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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北 코로나 확산의 3가지 쟁점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감염 은폐 한계 다다르자 정면돌파

실제 감염자는 발표의 3배 넘을듯

'金 영도력' 내세우며 단결력 과시

주체의학 영향 南 물자는 거부 전망





필자는 2020년 1월 22일부터 노동신문 보도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실태를 관찰해왔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감염병은 지도자의 통치에 부정적이라 여간해서는 비보도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에도 총보도 건수는 10건 미만이었다. 반면 코로나19 첫해에는 노동신문 보도 건수가 2400여 건에 이르렀다. 지난해와 올해도 유사했다. 과거와는 다른 대처 방식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2년 3개월간 의심 진단자는 있지만 확진자는 없다며 육해공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유열자(발열자) 숫자를 공개하며 김정은 위원장이 ‘건국 이래 대동란’을 선언했다. 2년간 신의주와 해주 등지에서 환자가 발생했으나 극단적인 봉쇄로 막아냈다. 코로나 청정국을 강조하다 돌연 대동란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코로나19 확산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갑자기 김 위원장이 환자 발생을 전격 공개한 이유다. 2020년 2월 초부터 1400㎞에 달하는 북중 국경을 2년간 봉쇄해 북한 경제가 마비됐다. 광물자원을 수출하고 중국에서 의류 및 공산품 원자재를 수입해 재수출하는 무역 공급망이 붕괴했다. 평양은 올해 초 중국과의 물자 수입을 재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단둥~신의주 루트를 통해 화물과 인력이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도 동행했다. 연초 전원회의는 올해 4월 15일 김일성 출생 110주년, 2월 16일 김정일 출생 80주년 등 대규모 정치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2월부터 정치 행사가 줄줄이 열리기 시작해 4월 25일 조선인민군 창설 90주년 행사 때 절정에 달했다. 행사를 마치면 김정은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참석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사진 정치를 감행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문제는 유열자 발생 장소가 평양에 집중되면서 사달을 은폐하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인구 250만 명에 이르는 평양을 봉쇄하기 위해 확산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600만 명인 북한으로서는 괴담을 확산시키기보다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중미 지도자도 코로나19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은 만큼 김정은도 코로나19 확산 인정이 지도력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정무적 판단을 했다.



다음으로 확산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다. 1주일 만에 250만여 명 감염으로 전체 인구의 10% 수준이다. 실제로는 5호 통제 시스템으로 5배 정도로 감염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망자는 67명으로 백신 접종률 0%이나 치명률은 0.0026%다. 국내의 0.13%보다도 낮다. 최저 사망률은 지도자의 권위를 고려했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과로사나 장티프스 등 여타 전염병에 의한 단순 병사로 처리해 통계 관리에 나섰다. 북한은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라고 강조했지만 10일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방역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선언했다. 또 전파 상황이 억제돼 완쾌자가 증가하고 사망자 수가 줄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 당의 정확한 영도와 특유의 조직력·단결력의 결과”라고 홍보했다. 김정은의 영도력을 강조하는 자화자찬의 선전전이다. 일단 전역에서 모내기가 진행되는 것으로 볼 때 정점은 지나갔고 하향세 추정이 가능하다. 여행과 이동의 자유가 없고 교통수단이 부족한 북한에서 완벽한 봉쇄, 격리와 격폐는 물리적으로 용이하다.

마지막 쟁점은 남측의 방역 물자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다. 주체의학을 내세우는 북한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등 남측의 방역 물자 지원을 수용하는 것은 절대불가다. 김정은은 중국식 방역의 장점을 거론하며 심양에 고려항공 비행기 3대를 보내 중국 물자를 실어왔다. 붉은 깃발을 단 고려항공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와서 화물을 수송해가는 이미지는 공격용 핵 사용을 선언한 대원수 김정은의 위상과 부합하지 않는다. 혹시 과거처럼 10만 톤 이상의 대규모 식량 지원 제안을 받는다면 평양으로서는 구미가 당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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