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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물음표 커지는 암호화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13년전부터 도입된 비트코인마저

아직도 교환·결제수단 활용 못해

검은돈·투기 외 용도조차 불분명

크립토 폭락 원인 냉정히 살펴야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연동돼 기존의 은행 계좌처럼 안정적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가 지난주 속절없이 무너졌다. 루나의 가치는 단 24시간 만에 97% 이상 폭락했고 이로 인해 숱한 투자자들이 평생 모은 자금을 삽시간에 날려버렸다. 또 암호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최고가를 찍은 뒤 5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테라의 가치 하락을 이런 방향에서 생각해보자. 거의 모든 사람은 생계비 상승을 걱정한다. 대표적인 상품과 용역의 가격을 의미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6개월 사이 약 4% 올랐다. 반면 대표 그룹에 속한 비트코인의 구입 비용은 같은 기간 120%나 치솟았다. 이를 연간 물가 상승률로 환산하면 380%에 달한다.

다른 암호화폐들의 성적은 이보다 훨씬 나빴다. 마이애미와 뉴욕은 시장의 열띤 지원에 힘입어 자체 가상화폐를 도입했지만 현재 마아애미코인은 최고가에서 90%, 뉴욕시티코인은 80% 이상 폭락한 상태다.

필자는 암호화폐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코인의 실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란 디지털 자산이라는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온라인으로 접근 가능한 은행 계좌도 실질적인 디지털 자산이다. 은행 계좌와 구별되는 암호화폐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유권 확보 방법이다. 법에 의해 예금주는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의 소유주가 되며 은행이 요구하는 본인 확인 절차를 밟아 채권 청구를 할 수 있다. 반면 암호자산의 소유권은 모든 소유권 이전 기록을 디지털 암호로 작성해 저장하는 블록체인으로 확립된다. 말하자면 은행처럼 소유주의 청구권 행사를 정당화해줄 제3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종류의 디파이(탈중앙화 금융)가 가진 유용성과 용도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암호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소수의 가상화폐 후원자들은 디지털통화의 가치 폭락은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할 것이다. 사실 디지털통화, 특히 비트코인 가치는 하락 후 늘 반등했고 가격에 관계없이 고집스럽게 코인을 쥐고 있던 열혈 투자자들은 두둑한 양도소득을 챙겼다. 하지만 이번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에 암호화폐는 투자자의 폭을 계속 넓히면서 가치 상승을 이어갔다. 또 가격 상승은 많은 수의 추가 투자자들과 월스트리트의 몇몇 ‘큰손’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유명 인사들의 충동에 현혹돼 코인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 가운데 테라의 폭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신규 투자자들의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이들은 평균적인 투자자들에 비해 더 가난하고 덜 세련됐을 뿐 아니라 지난 수개월에 걸쳐 낸 손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만큼 열악한 위치에 있다.

사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데빗카드·벤모 등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쉽고 값싸게 크립토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필자는 불법 거래에 종종 이용되는 암호화폐의 익명성 외에 다른 일관성 있는 답변을 들은 기억이 없다.

현재 암호화폐는 크립토 시장에 투기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 말고 경제적 거래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만약 당신의 대답이 "코인에 조금만 더 시간을 주라"는 것이라면 비트코인이 2009년 이후 줄곧 우리 곁에 있었고 신기술 기준으로 볼 때 이는 대단히 긴 시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크립토가 교환 및 결제 수단으로 기존 화폐를 대체하려면 우리는 지금쯤 그런 조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비트코인으로 식료품 구입 혹은 기타 일상용품 구입 대금을 즉석에서 결제해보라.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비트코인을 진정한 법정통화로 만들려고 시도한 엘살바도르는 이 같은 계획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고 코인 사용에 보조금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결과로 볼 때 엘살바도르의 실험은 무참한 실패였다.

그러나 순수한 투기 외에 분명한 경제적 존재이유가 없는 크립토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것인까. 그저 남들이 다 하는데 행여 나만 소외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코인 투자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잔뜩 부풀어 오른 거품이 아닐까. 크립토의 역할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이의 거대한 규모와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신봉자들이 거둬들인 막대한 이익으로 봐서 그들의 견해가 잘못됐다는 논란에 종종 휩싸인다. 과연 대중은 그토록 미련하고 잘 속는 것일까.

크립토 회의론자들이 정말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중이 어리석고 잘 속느냐는 질문의 대답은 "맞아, 그럴 수 있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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