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복합 위기의 파고에 맞서 삼성전자(005930)와 계열사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술 리더십 확보의 절박함을 드러내자 전자와 계열사 사장들이 곧바로 한자리에 모여 위기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스마트폰·메모리·시스템반도체 등 기존 사업의 미래 성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정신 재무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경영자(CEO)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혁신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사장단 25명은 20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 부문 사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최윤호 삼성SDI(006400)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009150)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DX 부문의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 시작(21일)을 하루 앞두고 사장단 회의부터 전격 개최됐다.
삼성전자와 관계사 경영진이 총출동한 것은 2017년 2월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비상경영회의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를 넘겨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한종희 부회장은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다중 위기에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삼성도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삼성 사장단은 기술 변화 속도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판단을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것은 오판(誤判)으로 직결되는 만큼 더 빠르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CEO는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각오로 정신 무장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6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시스템반도체는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