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의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사퇴 압박 논란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전반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오기형·이용우·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가 아직 임기를 남겨둔 연구기관 원장에게 소위 물갈이를 하기 위한 사퇴를 종용한다면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홍 원장은 KDI에 대한 감사원의 자료 요구와 자신과 관련한 한 총리의 발언을 거취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총리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홍 원장을 향해 “소득 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바뀌어야지 윤석열 정부랑 너무 안 맞는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민주당은 KDI에 내부 규정이나 예산, 연구 사업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감사원 또한 홍 원장의 사퇴를 압박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이 총리와 한몸처럼 연구기관 원장에 대해 찍어내기식 감사에 나서는 것이라면 감사원법에 따라 보장된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장의 거취를 두고 여야는 대치를 이어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홍 원장은 소득 주도 성장의 설계자”라며 “국가의 경제와 민생을 망친 잘못된 정책의 설계자가 책임은커녕 승승장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공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리 보전에만 급급하다면 고위 공직을 그저 고수익 알바쯤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런 식의 모욕적 사퇴 압박을 하는 것은 굉장히 ‘내로남불’”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총리의 발언을 ‘공개 사퇴 강요’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 법률지원단에서는 KDI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한 총리의 발언에 대한 직권남용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면 바로 고발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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