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군 역할을 해온 정미경 최고위원과 이 대표가 임명한 사무총장단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이 내홍 수습을 위해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싣기로 하면서 신임 비대위원장과 함께 새로운 지도부를 맞이할 준비를 빠르게 마친 셈이다. 이로써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통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이준석 당 대표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온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혼란이나 분열 상황을 빨리 수습해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초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던 것에서 당 안정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튼 것이다.
한기호 사무총장 역시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내일 비대위원장을 뽑으면 비대위원장이 새로운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만큼 부담을 주지 않고 떠나겠다”며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과 강대식 조직부총장까지 함께 사퇴하기로 하며 사실상 최고위는 기능을 모두 상실하게 됐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당 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전임 대표 체제 하의 지도부였던 저희가 당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새 비대위 체제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현재 최고위는 이 대표 본인과 이 대표가 지명한 김용태 최고위원 2명을 제외하면 전원 사의를 밝힌 상태다.
비대위 체제의 정당성을 따지기보다 당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힘을 받으면서 이 대표의 향후 행보가 당내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 대표를 설득해온 정 최고위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잠시 외국에 나가서 공부도 하고 머리도 식히고 들어오라고 했으나 ‘안 간다’고 했다”며 “자기 희생의 모습을 보이면서 진정한 리더로 올라서야 한다. 국민들에게 대장이라는 모습을 각인시켜 줄 수 있는 하늘이 준 타이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복귀 일성으로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임기 초의 대통령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합심 협력할 때이지 시시비비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할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이 대표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도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지 않았나. 그러면 당연히 스스로 물러나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런 점이 상당히 아쉽다”며 자진 사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이 대표 지지 세력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는 이날 토론회를 열고 당의 비대위 전환 결정을 규탄하며 맞섰다. 국바세 측은 비대위 전환 의결에 대한 집단 소송에 책임당원 170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9일 이후 소 제기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특히 전당대회가 아닌 의원총회로 지도 체제를 뒤집는 당 지도부의 결정은 헌법 8조2항 위반이라며 당원·국민이 뽑은 당 대표를 전국위의 의결로 해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모임을 주도한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헌법이 무너지면 공동체가 무너지고 최소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이 대표 강제 해임은) 당원 민주주의, 절차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정당 민주주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 대한 원인으로 ‘윤핵관’을 지목하는 의견들도 잇따라 나왔다.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오늘 모인 것은 그놈의 내부 총질 때문이다. 내부 총질로 누가 맞아 죽은 사람이 있느냐”며 윤핵관들을 저격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현 상황을 “사화(士禍)나 유신헌법처럼 비상 상황을 강조하고 다수의 힘으로 소수를 몰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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