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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음식 10분만에 배달…'10㎞ 운행' 드론도 만든다

[기업을 다시 뛰게하자] 3부-혁신현장을 가다

<5> 성큼 다가온 '드론 배송 시대'

파블로항공, 가평에 관제센터 구축…상용화 첫발

데이터 축적해 국토부 등과 공유…안전자료로 활용

치킨·커피 전문점으로 파트너십 확장, 수익화 가속

배송 주문을 받은 드론이 이착륙 패드에서 수직이륙하고 있다. 가평=허진 기자




‘부웅’ 소리와 함께 더위를 물리칠 셔벗 아이스크림이 도착했다. 배송 애플리케이션에 주문 완료 표시가 나타난 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인근 편의점에서 출발한 드론이 주문한 상품들을 싣고 펜션에 도착한 것이다. 체감온도가 34도에 이를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지만 아이스크림은 꽁꽁 얼어 있었다. 주문 페이지에 뜬 QR코드 하나로 안전하게 드론이 착륙한 스테이션으로 진입이 가능했다.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편의점이 있는 건물 옥상에서 즉시 물건을 싣고 출발한 덕에 통상 30분여가 소요되는 라이더 배달보다 빠른 듯 느껴졌다.

파블로항공은 지난달 13일부터 경기 가평군 상면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2호점을 거점으로 드론 배송 상용화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1㎞가량 떨어진 근처 펜션들을 대상으로 물품을 실어 나른다. 이를 위해 해당 점포가 입주해 있는 건물 3층에 관제실을 마련하고 옥상에는 드론이 이착륙할 수 있는 드론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두 기의 드론이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패드를 기본으로 두고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는 예비 패드도 마련돼 있었다.



박진용 파블로항공 가평센터장은 “실제 드론을 운용하다 보면 프로펠러가 망가지거나 모터에 이상이 생기는 등 비상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착륙 구역의 가로와 세로 길이는 각각 4m, 5m다. 현재 운용 중인 드론의 크기를 넉넉히 감당할 만큼 큰 면적인 셈인데 향후 배송 수요 증가에 맞춰 기체 크기가 늘어날 것에 대비했다.

편의점 입주 건물 옥상에 마련된 드론 이착륙 패드.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4m, 5m인 공간이다. 가평=허진 기자


현재 5명의 인력이 배송 절차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드론 관제 인력의 역할이 막중하다. 드론 이착륙 과정에서부터 운행 시 경로 이탈 여부를 확인하는 등 비행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이착륙 스테이션에는 각각 한 명의 비상 인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착륙 과정에서 혹여 일어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배송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이들은 신호를 당겨와 수동 통제로 전환한다.

관제 인력이 배송 중인 드론을 실시간 관제하는 모습. 가평=허진 기자




파블로항공의 실험은 사업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여러 유통 기업이 드론 배송에 뛰어들었지만 상용화 단계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운용하는 드론도 대부분 한 기에 그쳤다. 드론 이착륙 스테이션 역시 물품 픽업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신속한 배달을 원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아쉬운 구조였다. 반면 이번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다수의 드론을 상정하고 설계됐다. 실제 드론 배송이 일상화되면 동시다발로 밀려드는 주문을 여러 대의 드론이 동시에 여러 경로와 스테이션을 통해 처리하게 될 것이다.

운영 기체 수가 한 기를 넘어서면 다른 패러다임의 기술이 요구된다. 여러 대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훨씬 고도화된 관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김정현 파블로항공 전략이사는 “다수의 드론을 운용하게 되면 드론 간 운행 구간이나 고도를 분리하는 것은 물론 수요 변화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기체 간섭이나 방해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이착륙 시간이 겹칠 경우 드론이 일정 공간에서 대기하는 ‘호버링’ 기술 등 고려해야 할 변수는 급격히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향후 현실이 될 드론 배송 시대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로서는 드론 배송 사업을 하려면 실증 과정을 거쳐 안전성을 먼저 검증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다만 현재 이를 판단할 기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파블로항공은 이번 사업을 통해 얻은 운행 시간, 구간, 사고 등 데이터를 축적해 올해 말께 항공안전기술원·국토교통부·서울지방항공청 등과 공유할 방침이다. 당국은 향후 관련 제도 개선이나 사업 안전성 판단에 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운용되는 드론 기체에는 식별 번호, 위치, 속도 등을 식별하는 하드웨어 장치(UAS Tracking Idetification·UTID)를 장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항공 당국은 비행기를 실시간 관제하는 것처럼 향후 이 장치를 통해 드론들의 신호를 송신·모니터링하면서 보다 드론 관리를 효율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덕우 파블로항공 운영이사는 “법이나 규제는 기술 발전 속도보다 느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가 검증 사업의 최선두에 서서 직접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최적의 비행, 배송 패턴이 무엇인지 표준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드론이 배송을 마치고 이착륙 스테이션에 돌아오고 있다. 가평=허진 기자


현재 배송 서비스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물품 값만 결제하면 된다. 한편으로는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모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해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 사업이 전례가 없는 데다 비가시권 비행, 주변 수풀 등 자연환경이 포함돼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사업자 등록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파블로항공은 올해 말까지 축적된 비행 데이터는 물론 시행착오를 겪으며 축적한 노하우로 가이드라인, 운영 매뉴얼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실증 사업이 끝나는 기간에 맞춰 사업자 등록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기에 맞춰 수익화 행보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드론 스테이션을 최소 두 곳 더 설치하고 현재 90여 명인 인원을 약 130명으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또 반경 10㎞까지 운행할 수 있는 기체도 개발 중이다. 현재 기체는 안전기준상 반경 7㎞가 한계다. 배달 품목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드론 탑재 가능 중량이 최대 5㎏인 만큼 치킨·커피 전문점 등으로 서비스 파트너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정 이사는 “관련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드론 배송하면 떠오르는 회사라는 상징성을 위해서라도 사업 초기 공격적인 확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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