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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회장 "MBK, 100억弗 됐지만 상장 안해…초대형 신규펀드 내년 추진"[시그널]

[창간 62주년 기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특별 인터뷰]

국내 PEF 정책지원 업고 성장했지만 실적으로 '옥석' 가릴때

3대 투자 원칙은 '현금 흐름 좋고 고객과 끈적한 리딩 기업'

홈플러스 온라인 강화로 투자금 회수…네파는 늦게 익는 과일

투자 수익 > 노동 소득 '21세기 자본론'은 불편하지만 현실


1986년 골드만삭스 입사 이후 36년간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한국인으로 금자탑을 쌓아왔지만 좀처럼 공식 행사에 나서거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렸던 김병주(59·사진) MBK파트너스 회장은 서울경제신문 창간 62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철학과 향후 계획, 개인사 등을 솔직하면서도 정제된 표현들로 쏟아냈다.

김 회장은 “올해 초보다 글로벌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됐지만 투자의 황금창은 ‘더 활짝’ 열렸다”고 강조하면서 본지에 처음으로 “내년에 신규 펀드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MBK의 5호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모은 자금)가 65억 달러(약 8조 원) 규모로 결성돼 투자 실탄이 넉넉한 만큼 더 큰 스케일의 6호 펀드 결성에 내년 중 시동을 걸겠다는 것은 그의 말처럼 MBK파트너스가 올 하반기와 내년 중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올 초 외국계 투자사로부터 10억 달러의 지분 투자를 받으면서 MBK가 1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김 회장은 “사모펀드 운영사(PE)는 이름처럼 프라이빗하게 가는 게 이상적”이라며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아시아적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기업 투자의 3대 포인트로 △수익 기반이 잘 갖춰진 리딩 회사 △은행처럼 고객 로열티가 ‘끈적끈적한(Sticky)’ 곳 △꾸준한 현금 흐름 등을 꼽으면서 2005년 MBK 설립 이후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은 홈플러스와 네파에 대한 아쉬움과 향후 계획도 설명했다. 한국 사모펀드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인 그는 “론스타 사건의 교훈과 정책적 지원으로 국내 PE들이 크게 성장했다”며 “17년의 시간이 쌓은 ‘트랙 레코드(실적)’로 엄정하게 평가해 잘한 곳은 더 잘하게, 못한 곳은 (투자에서) 발을 빼게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21세기 자본론은 ‘투자 수익(r)’이 ‘노동 소득(g)’보다 크다는 것”이라며 “양극화의 원인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현실’”이라며 ‘금융 투자의 중요성’을 전달하려 애썼다. 대담=손철 시그널 부장





김 회장은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초반과 올해 3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투자의 황금창이 열렸다” “투자를 두려워 말라”면서 잇따라 ‘투자 본색’을 강조했다.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김 회장이 연초 한 차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소통의 수단이자 투자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세계 증시가 조정을 받는 현 상황에서 김 회장의 ‘시각’이 바뀌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는 “글로벌 시장 상황은 더 악화됐다”면서도 “PEF는 경기 하락기에 기업 인수 혹은 투자할 기회를 더 갖게 돼 훨씬 더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 더 싼 가격에 매물을 살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경제 예측은 불가능하다. 경제 전문가들도 좋을지, 나쁠지 50%로 갈려 매번 틀린다”면서 “예측하기보다 유망하고 꾸준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저희 사업 모델”이라고 답했다. 그는 “경기 사이클을 별로 타지 않고 우리가 ‘끈적함’이라고 일컫는 고객 로열티가 강한 기업, 기업에 피와 다름없는 현금 흐름이 꾸준한 곳에 투자하기를 고집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어 자신의 3대 투자 포인트와 잘 맞는 산업이 ‘금융’이라며 “수익을 올릴 기반이 잘 돼 있고, 하나·우리은행처럼 한 번 고객이 되면 잘 바꾸지 않으며 현금 흐름 역시 좋다”고 밝혀 앞으로도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는 이어갈 뜻을 나타냈다. MBK는 2008년 인수한 한미캐피탈을 시작으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매각으로 조(兆) 단위의 수익을 올렸다. 2019년 사들인 롯데카드는 최근 실적이 크게 호전돼 매물로 내놓았고 지난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 2000억 원을 투자하며 주요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또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투자금 회수가 걸림돌을 만난 유통업체 홈플러스와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에 관한 투자 교훈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유통 산업 자체가 경쟁이 치열한데, 특히 ‘테크(기술)’가 부각돼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됐다”며 “코로나19가 ‘e커머스’를 가시화한 것이지 없는 것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에) 테크 적용을 좀 더 신속히, 공격적으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투자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MBK는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해 5조 원에 이르던 차입금을 1조 6000억 원으로 감축했으며 약 2조 5000억 원의 지분 투자금은 온라인 사업 강화와 오프라인 점포의 식품 전문 매장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회수할 방침이다.

그는 투자한 지 10년 가까이 된 네파에 대해 “빨리 익는 과일이 있고, 오래 걸리는 과일이 있듯 기업 투자도 그렇다”면서 “네파는 조금 더 익으면 ‘맛있는 과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회장은 "네파의 디자인이 세련돼지고 모델인 전지현 씨의 긍정적 역할도 컸다”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네파는 2018년 3728억 원에 달했던 매출이 2019년 280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바람과 네파 아동복이 인기를 모아 올해 매출이 3400억 원대로 재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자랑도 했다. 그는 2008년 13억 달러 규모로 결성한 “2호 펀드가 청산을 진행 중”이라며 “당시 조성된 전 세계 펀드들 중 최고의 수익률”이라고 설명했다. MBK의 2호 펀드 청산 작업을 글로벌 조사 기관의 자료와 대조하니 연 27%의 수익률로 출자한 기관투자가들은 원금의 2.9배(MoE 기준)를 돌려받게 돼 김 회장의 말처럼 2008년 설정된 모든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2020년 65억 달러로 MBK의 5호 펀드를 조성한 김 회장은 신규 펀드를 언제쯤 또 만들 것이냐는 물음에 “작곡가들에게 교향곡 ‘나인(9)’의 저주가 있다” 며 “모차르트만 예외였다”는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다. 베토벤조차 9번 교향곡까지 남겼는데 MBK가 그간 5개의 블라인드펀드와 2개의 ‘스페셜 시츄에이션펀드(경영권 인수를 제외한 기업 투자)’를 만들어 추가 펀드 조성이 만만치 않음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그는 “펀드를 만드는 것이 교향곡에 비유될 수는 없겠지만 매우 힘든 일이어서 그런 ‘거창함’이 있다고 여긴다”며 “올해는 쉬고 내년에 하려고 한다”고 담담히 전했다. 김 회장은 “올해 계획대로 투자 집행을 한다면 내년에 새 펀드 조성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는데 비장함이 묻어났다.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인 월스트리트 출신인 김 회장은 “월가에서 더 성장하고 싶기도 했지만 한국인으로 미국이 아닌 아시아를 위해 투자하고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다소 엉뚱한 애국심일 수 있다”고 MBK파트너스를 창업한 이유를 17년 만에 말했다. MBK가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에 사무소와 인력을 두고 ‘동북아를 대표하는 사모펀드’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했다. 그는 MBK 설립 이전 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 전 총리의 며느리인 테마섹의 호칭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아시아식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하듯 ‘자본주의도 미국을 따라가지 말고 아시안의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는 발언에 감명을 받고 전적으로 동의했다”는 경험도 덧붙였다.

김 회장이 강조한 아시아식 자본주의는 올 초 미국 다이얼캐피털이 MBK의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로 인정하며 지분 13%를 10억 달러에 인수할 때 빛을 발했다. 그는 MBK 지분 매각 이익을 파트너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에게 분배했다. 사모펀드의 고향인 월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회장은 “원팀 정신과 성실함(Integrity), 최고의 실력(Excellence)이 MBK의 사훈” 이라며 “원팀인 이상 수익을 다같이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블랙스톤·칼라일·KKR 등 글로벌 3대 사모펀드가 모두 증시에 상장한 것처럼 MBK도 상장하느냐고 묻자 “(사모펀드의 상장이) 창업자들의 부(富)를 유동화시키는 것 말고 다른 이유를 못 찾겠다”면서 “상장에 연연하지 않으며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프라이빗하게 하는 게 이상적”이라며 상장에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또 MBK의 투자 지평을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지로 확대하는 데 대해 “(투자 기업이) 너무 다양해지는데 규모는 나오지 않는다”며 “한중일에 머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를 할 때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 알고’ 모르는 건 피해야 한다”면서 “벤처 투자에는 감이 없고, 부동산은 집 말고 사본 적이 없다”며 투자 업종을 늘리지도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은 다 검토를 하니 직원들이 까다로운 성격이라며 ‘꼰대’라고 하는 걸 안다”며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최근 매각하려는 기업들도 “(지분 인수를) 검토할 생각이 있지만 벤처캐피털사 자체를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MBK가 출범한 2005년은 국내 사모펀드 업계가 새 싹을 틔운 시기여서 김 회장도 “그간 한국 PEF가 외환위기와 론스타 사태를 거치며 정책적 지원 속에 놀랍게 발전했다”면서 “국민연금·KIC·삼성생명·행정공제회 등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출자자(LP)들도 빠른 속도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세계에서는 실적이 최고”라며 “17년간 펀드 결성과 청산까지 두 사이클은 지났으니 객관적으로 운용사의 ‘트랙 레코드’를 평가해 잘한 곳은 더 지원하고, 못한 곳은 투자를 중단해 시장 원리가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 운용사들이 ‘BTS’처럼 글로벌해지고 세계 무대의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며 “캐나다와 미국의 주요 연기금, 중동의 국부펀드 등을 LP로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론’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금융 투자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했다. 그는 직접 흰 종이 위에 ‘R>G’라고 쓴 후 “피케티의 자본론이 1000쪽을 넘지만 요체는 이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R은 ‘투자로 버는 돈(Return on investment)’이고 G는 ‘성장’으로 간단히 말하면 노동 등을 통한 소득의 총합”이라며 “R이 G보다 큰 것이 경제·사회 양극화의 원인이지만 ‘현실’이고 사모 투자가가 중요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역할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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