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티셔츠’로 유명한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아크메드라비가 ‘K패션’으로는 최초로 해외 면세 사업자와 손을 잡고 싱가포르 공항에 진출했다. 아크메드라비는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호주 시장에 이어 동남 아시아 허브인 싱가포르 공항에 입점을 계기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1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아크메드라비는 라가르데르와 손 잡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4터미널(T4)에 동남아시아 최초로 단일 브랜드 부티크 면세 매장을 오픈했다. 구재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T4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2터미널에도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다른 국가와도 면세점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크메드라비는 귀여운 아이 얼굴을 크게 프린팅한 ‘베이비 페이스’ 티셔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는 브랜드다. 서울 강남 청담동 1호점에서 시작한 뒤 중국, 동남아시아, 호주까지 60여 개 점포로 늘었다.
아크메드라비는 스타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탔다. 구 대표가 여성복 영업 사원을 거치며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 해 스타 마케팅을 시도했고, 론칭 1년 반 만에 연예인을 통해 제품을 1700번 이상 노출하는 등 마케팅을 활발히 했다. 덕분에 송민호, 산다라박, 현아, 던, 트와이스, 블랙핑크 리사 등을 전속모델로 발탁하고 국내외 팬 공략에 나섰다. 특히 도넛 후드티가 ‘강남 티셔츠’로 입소문이 나면서 10만 원 짜리 후드티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3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2018년 롯데면세점에 입점하자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해외 고객이 급증했다. 이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 면세점 등에도 매장을 냈고, 한류 열풍에 해외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 2019년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도 K팝 유행을 타고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 해 매출은 486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10배가 늘었다.
지난해 5월 호주 멜버른에 선보인 단독 매장에서는 오픈 전부터 대기줄이 생겨나는 이색 풍경이 벌어졌다. 아크메드라비가 호주에 첫 매장을 내고 현지 2030세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다. 멜버른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의류 업체들이 유통망을 확장하거나 초기에 진입할 때 거치는 관문 같은 곳이다. 멜버른 성공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주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뷰티, 면세, 유통 격전지로 거론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아크메드라비가 해외 면세 사업자와 손을 잡고 입점했다는 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브랜드는 해외 공항 입점 시 국내 면세사업자들과 협업한다. 해외 면세사업자들과 손을 잡기에는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시장 개척 등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브랜드 중에는 고급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하는 MCM이 중국면세그룹(CDFG)과 스위스 듀프리와 함께 매장을 낸 사례가 유일하다.
동남아시아 내에서 미식가들과 쇼핑객들의 천국으로 각광받는 싱가포르에는 뷰티, 패션 등 한국 브랜드들이 활발하게 진출한 상태다. 동남아는 물론 중국과 중동 지역의 관광객이 싱가포르로 쇼핑을 하기 위해 즐겨 찾기 때문이다. 창이공항은 한 해 이용객 수만 약 7000만 명으로 전세계 공항 면세점 매출 3위 안에 속한다.
라가르데르 관계자는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커질 것이며, 아크메드라비는 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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