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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국토부 불허에 매각 불발…‘2000억 계약금’ 어디로 [시그널]

◆IFC ‘4조 메가딜’ 물거품 되나

고금리 기조에 기관 투심 악화 속

부채비중 과도·낮은 배당 이유로

국토부서 리츠 인가 끝내 못받아

브룩필드, 이행보증금 몰취 예고에

미래에셋 “당국탓 무산땐 반환해야”





미래에셋금융그룹이 5월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최종 후보로 선정된 직후부터 투자하기 어려워진 시장 환경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후보들 간 경쟁이 최고조로 치솟던 IFC 인수 본입찰이 벌어진 2월에는 누구도 이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25일 “IFC 인수전이 시작되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시장에 유동성과 투자 베팅이 넘치던 시기”라면서 “공교롭게도 제안에 구속력이 생기는 본입찰 때부터 모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투자금은 마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관심 속에 4조 1000억 원의 가격을 제시한 미래에셋은 5월 우선협상 대상자 자리를 거머쥐었고 브룩필드의 요구에 따라 이행 보증금 2000억 원을 납입했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해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와 대출을 통한 자금 모집을 진행했다. 인수금은 2조 1000억 원 대출, 2조 원 지분으로 구성했으며 지분 절반은 후순위 대출로 메웠다.



바로 그 시점인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0.5%포인트, 6월과 7월 22일에는 각각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역시 7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 기관투자가의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금융채 3년물 금리도 1월 초 2.11%에서 4.76%로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후폭풍은 컸다. 미래에셋은 사모 리츠를 활용해 IFC를 인수한 뒤 이를 2년 후 공모 리츠로 전환해 일반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비싼 조달 자금을 보전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고 아예 투자 전면 중단 방침을 내세우는 곳들도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 국토교통부에서 미래에셋 사모 리츠의 대출 비중이 너무 높다며 인가를 불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토부는 지분 투자금의 절반은 후순위 대출이고 3년간 투자자에게 배당이 없다는 점을 개선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비싼 자금을 모아 투입하는 구조에서는 배당 지급 여력이 나올 수 없었다.



결국 리츠 인가가 불발된 후 미래에셋은 일반 부동산 펀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싱가포르 케펠리츠, 네덜란드연금(APG) 등 외국계 투자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배당보다는 매각 차익을 기대하고 투자를 검토했다. 그러나 브룩필드 측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요구대로 인수 대금을 일부 인하한다고 해도 투자금 모집이 예정대로 완료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렬이 임박한 상황에서 양측은 내부적으로 이행 보증금 2000억 원에 대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미래에셋 측은 이행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에 행정 당국이 인가를 불허했을 경우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리츠를 통한 인수 방식은 미래에셋과 브룩필드가 사전에 합의했는데 국토부가 불허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미래에셋의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투자 계약 거래에서는 공정 당국의 기업결합 불허 등 양측이 관여할 수 없는 정부의 결정이 있다면 이행 보증금을 전액 돌려준다.

그러나 브룩필드 측은 미래에셋이 최선을 다했는지(best effort)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대출이 많고 배당이 없다는 점을 들어 리츠 인가를 안 내준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셋이 보다 좋은 조건의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반박이다. 오히려 우협 결정 후 급격하게 바뀐 금리 상황 때문에 미래에셋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투자금 모집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토부가 미래에셋운용의 리츠 인가를 거절한 결정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국토부는 IFC 투자 구조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이 90%에 달하고 배당금이 없어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리츠는 자본금의 10배까지 차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리츠가 아니라 투자 전문가인 기관투자가들을 모은 사모 리츠인 만큼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브룩필드가 IFC 재매각을 시도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브룩필드는 2016년 IFC를 여러 개로 분할해 해외 펀드로 인수했다. 국내보다는 해외투자가에게 분할 매각하기 좋게 만든 구조다. 반면 매각을 미룰 수도 있다. 브룩필드는 리파이낸싱(자본 재조정)을 통해 투자 원금을 상당 부문 회수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2~3년 더 버틸 수 있다. 다만 브룩필드가 IFC를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보고 투자한 만큼 더 이상 펀드 출자자를 설득해 투자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이번 투자가 번복되면 해외투자가와 신뢰 관계를 되찾는 데 일정 기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브룩필드 역시 이번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에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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