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여야의 국정감사 요구 자료 의결에도 불구하고 30% 가까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실 개별 질의가 아닌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친 자료 요청에도 ‘적절하지 않다’ ‘업무에 지장을 준다’ ‘곤란하다’며 자료 제출 대신 “양해하기 바란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자료 요청에는 90% 이상의 답변과 자료를 제출한 반면 야당 의원에게는 절반 가까이 내지 않아 눈총을 사고 있다. 감사원의 자료 제출이 빈약한 만큼 11일 열리는 감사원 국감도 감사는 없이 여야 간 극단적 정쟁만 예고돼 ‘식물 국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의결을 거친 감사원 요구 자료는 여야 의원 12명이 올린 452건이다. 10일 서울경제가 이를 전수조사한 결과 감사원이 “양해 바란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건수는 135건으로 전체의 29.9%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국감 기간 중 상임위에서 여야 간 의결된 국감 자료는 90%이상 제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감사원의 자료 제출이 여당에 편중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해 바란다”며 가장 많이 자료를 못 받은 의원은 박주민(61.3%), 기동민(52.4%), 김승원(42.5%) 의원으로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은 2건의 자료 제출에 모두 “양해 바란다”는 답변을 받으며 한 건도 수령하지 못했다. 반면 21건의 자료를 요청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양해 바란다”는 응답을 한 건도 받지 않고 모두 수령했다. 정점식·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양해 바란다”는 감사원의 응답은 각각 11.8%, 6.9%에 그쳤다. 여당 의원이 요청한 자료의 90% 이상에 대해서는 답변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야당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감사원이 자료 제출를 거부할 명분도, 근거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국가기관이 국회의 서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위원 전원 출석’과 ‘완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특히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간 문자메시지를 겨냥해 “(국감에서) 청부 감사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이 수석의 법사위 출석까지 주장하자 국민의힘은 “기관 증인으로 출석 요구 권한이 있는 국회 운영위에서 확인할 일”이라며 일축했다. 이어 “민주당의 주장은 감사원의 손발을 묶으려는 생떼에 불과하다”며 11일 감사원 국감에서 여야 간 강 대 강 대결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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