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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관치라는 마녀사냥

◆유현욱 금융부





한 고위 공직자가 사석에서 벼슬 관(官) 자를 써 보이며 ‘관직은 갓을 쓰고 두 가지 말(口)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국익을 위해서는 언론에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들렸다. 또 다른 중간 간부는 관복을 벗기 전에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인사 업무를 도맡던 그는 ‘대대로 그래왔던 자리’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소통 행보는 이질적이다. 수사 기관 출신이라 더욱 말을 아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러나 벌써부터 ‘말이 말을 만든다’고 구설에 휩싸이는 일도 적잖았다. 오찬 동안 오간 설익은 대화가 지라시처럼 여과 없이 퍼지기도 했고 국정감사장에서는 금융위원회와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급기야 관치 논란의 중심에까지 섰다.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이라는 말이 발단이 됐다. 금융위가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한 다음 날이었다.

이 원장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공적 이슈가 된 만큼 말을 안 드릴 수가 없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며 “과거 소송 시절과 달리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임을 강조했다. 공적 관심사, 사안의 중대성, 제반 여건을 감안해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는 호소였다. 특히 “어떤 외압도 있지 않다”면서 “향후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덧붙였지만 금융노조는 “이 원장이 외압의 장본인”이라며 날을 세웠다. 며칠 뒤 이 원장은 “외압이라든가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건 전혀 아니다”라고 반복했지만 ‘신(新)관치’라는 꼬리표는 그의 임기 내내 따라붙게 됐다.

이 원장이 ‘노코멘트’의 쉬운 길이 아니라 험로를 택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4대 금융지주 회장에게 책임감을 요구하고, 일선 지점의 일탈이 아닌 본점 차원의 조직적 문제라는 점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말 한마디에 정책이 관치 프레임에 갇힌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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