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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메운 붉은 물결…"승패 상관없이 마음껏 즐겼죠"

월드컵 거리 응원에 광화문 광장 메운 시민들

강팀 우루과이와 경기 앞두고 "기적 가능" 기대

손흥민·김민재 등 선수들에 애정 드러내기도

경찰·소방 안전관리 총력…8개 기동대 투입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육조마당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태극기가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 모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합니다.”(서울 영등포구 거주 김 모 씨)

카타르 월드컵의 첫 거리 응원이 펼쳐진 24일 밤.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는 경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음악과 함성 소리가 쏟아졌다. 광장을 가득 메운 1만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외치는 ‘대~한민국’ 구호와 응원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붉은 악마 머리띠를 한 친구들부터 양 볼에 태극기를 그린 연인, 가족들, 모자부터 가방과 외투·신발까지 붉은 색을 맞춰 입고 태극기를 흔드는 청년까지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이 광장에 자리를 잡고 대형 스크린 속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데 열중했다. 김민재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온 김 모(24) 씨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에 승리했고 일본은 독일을 이겼다”며 “오늘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첫 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지만 강팀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우리 팀의 경기력에 응원단은 큰 박수를 보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도 4년 만의 거리 응원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피파 랭킹 14위의 강팀 우루과이와의 시합에도 대한민국의 승리를 점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생 딸을 업고 응원에 열중하던 박 모(41) 씨는 “2002년부터 대한민국은 늘 강팀을 상대로 기적을 보여줬다”며 “대한민국의 기적이 오늘 다시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학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러 나왔다는 최 모(22) 씨는 “대한민국이 상대적으로 약팀인 것이 사실이지만 월드컵은 다르다. 우리가 승리한다고 믿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유학생 루이스 아담스(29)도 “한국인들이 월드컵에 얼마나 열정적인지 알고 있다. 오늘은 한국인인 것처럼 한국의 승리를 응원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 모(25) 씨는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아무래도 한 달밖에 안 되다 보니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조금 망설여졌다”면서도 “막상 오랜만에 한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하니 기분 전환이 된다”고 했다.

손흥민·김민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시민들의 뜨거운 기대와 애정을 한 몸에 받았다. 10도 내외의 쌀쌀한 날씨에도 반팔로 응원을 이어가던 박 모(28) 씨는 “손흥민 선수가 얼굴 부상을 당했을 때 이번 월드컵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배트맨처럼 다시 나타났다”며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손흥민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서 모(31) 씨는 “우루과이 공격수는 오늘 김민재의 수비에 숨이 막힐 준비를 해야한다”며 “장담컨대 오늘 대한민국이 실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랜만에 재개된 거리 응원에 주변 상인들의 월드컵 특수 기대도 고조됐지만 과거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같은 북새통을 이루지는 않았다. 대형 주점을 운영하는 사장 송 모(54) 씨는 “4년을 기다려온 월드컵인 만큼 오랜만의 특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안주나 주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점포들도 경기 시간에 맞춰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득점 이벤트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내걸었지만 가게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인근 치킨집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던 직장인 박 모(45) 씨는 “황금 시간대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빈자리가 많아 놀랐다”며 “다들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경기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광화문뿐 아니라 홍대·강남 등 번화가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해외 축구 중계 전문 펍을 운영하는 사장 김 모(41) 씨는 “매출 상승보다 다 같이 응원하는 분위기를 즐기고자 영업시간도 연장했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광장에 대규모 인파가 집결한 만큼 경찰과 소방은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로 인파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이날 경찰은 광장에 경찰관 41명과 8개 기동대뿐 아니라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했다. 소방은 소방 공무원 54명과 소방차 9대를 광화문 광장에 배치했다. 실제 광장에 마련된 안전 펜스에 몸을 기대거나 통행로에 멈춰 선 시민들을 향해 주의를 주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앞서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이번 광화문 거리 응원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소방력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생 박인형(25) 씨는 “아무래도 또래가 150명 넘게 사망한 사건이 난 지 한 달밖에 안 되다 보니 마음도 착잡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조금은 망설여졌다”면서도 “막상 오랜만에 탁 트인 곳에서 한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하니까 기분 전환이 된다”고 했다.

남양주에서 온 홍 모(49) 씨는 “솔직히 참사 때문에 마음이 착잡해 거리 응원 승인을 안 했으면 했는데 주최 측에서 아픔을 승화하는 취지로 응원한다고 하기에 멀리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퇴근한 직장인들은 치킨집이나 호프집에 삼삼오오 모여 중계를 기다렸다. 그러나 과거 대형 스포츠 이벤트만큼 손님이 몰리지는 않아 빈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치킨집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던 박금준(45) 씨는 “황금 시간대라서 사람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자리가 너무 많아 놀랐다”며 “다들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경기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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