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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올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겨우 2억弗?…건전성 문제없을까

올 하반기 경상수지 122억弗→2억弗 축소

반도체 수출 급감에 에너지 수입 급증 영향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경상수지 악화에도

금통위 금리 인상 폭 줄이고 최종금리 3.5%

환율 불안 등 펀더멘탈 어렵지 않을지 주목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7~12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2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 전망치 122억 달러에서 2억 달러로 급감한 것입니다. 2억 달러는 25일 원·달러 환율(1324원 50전) 기준으로 2650억 원입니다. 이달 8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가격이 3500억 원인 것을 비춰보면 우리나라가 6개월 동안 배 한 척도 남지 않는 장사를 할 것으로 본 셈입니다.

올해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전망이 2억 달러에 그치면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250억 달러로 예상했습니다. 이것도 8월 전망치(370억 달러)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전망대로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011년(166억 4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충격이 발생한 2020년에도 경상수지는 759억 달러 흑자를 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식 국제무역팀장,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사진제공=한은


한은이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건 상품수지 때문입니다. 상품수지 전망치는 105억 달러 흑자에서 70억 달러 적자로 바뀌었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통관기준으로 수출 전망치가 3610억 달러에서 3385억 달러로 225억 달러 줄어든 가운데 수입 전망치는 3795억 달러에서 3733억 달러로 6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여행·운송 등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봤고,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만큼 상품수지 부진이 심각합니다.

한은은 경상수지 전망치를 상당 폭 하향 조정한 이유를 원자재 수입과 반도체 수출로 설명했습니다. 먼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원자재 선취 수요가 발생한 영향도 있습니다. 에너지 부문만 제외한다면 오히려 예전보다 양호한 흐름이라는 설명입니다. 수출 역시 예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먼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이 정도까지 떨어질 줄 몰라 덜 반영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대중(對中) 수출이 하반기 내내 감소세를 보이는 것도 예상 밖 상황입니다.

지난 23일 오전 부산항 하늘 위로 먹구름이 끼어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내년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내년 상반기 흑자 전망치도 95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이것도 상품수지 흑자가 166억 달러에서 70억 달러로 반토막이 난 영향입니다. 서비스수지는 적자가 91억 달러로 변동이 없었지만 본원소득수지는 오히려 55억 달러에서 67억 달러로 12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한은은 에너지 가격에 따라 상품수지가 워낙 들쑥날쑥해 월별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전망이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월 단위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배당급 지급 등 계절적 요인으로 매년 일시적인 적자가 발생하는 4월을 제외하면 흑자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지난 8월 30억 5000만 달러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12년 2월 이후 처음일 만큼 이례적인 일인 셈입니다. 8월만 놓고 보면 2008년 8월 이후 14년 만에 첫 '8월 적자'입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경상수지 악화가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 펀더멘탈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경제 위기 때마다 전조 현상처럼 경상수지 악화가 나타났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외환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고 환율 급등, 물가 상승, 외환보유액 감소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은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달이면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1.25%포인트로 벌어질 가능성이 큰 것을 알고도 이달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만 올렸기 때문입니다. 연준의 최종금리가 최고 5.25%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25~3.50%로 봤습니다. 한미 금리 역전에 경상수지 흑자 전망이 대폭 축소될 것을 알고도 이같은 통화정책을 결정한 것은 환율 급등과 같은 펀더멘탈 불안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입니다.

한은은 이같은 경상수지 악화 흐름이 내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고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경기가 좋아지는 데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종료되면 경상수지 흑자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은의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는 다소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한미 금리 역전과 경상수지 적자 우려에도 한은과 금통위 판단대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에 어려움이 없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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