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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경실련 주장에 발끈한 의협 "자의적 통계 해석"

18일 성명서 내고 '의사 수 증원' 주장 정면 반박

경실련은 지난 16일'지역 의료격차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려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 제공=경실련




대한의사협회가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의대정원 확대' 주장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비약적인 결론을 내렸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대 정원 확대’ 논의 발언 이후 두 번째 성명서를 내면서 의사 수 확대가 공론화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 의협 "의사 부족은 어불성설…공급 과잉 우려해야”


의협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의사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인구가 2022년 5200만 명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점이 그 근거다. 반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매년 3200여 명이 추가로 배출되고 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면허 의사 수는 13만여 명에 이르고,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의사 1인당 국민 수가 연평균 2.6%씩 감소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매년 늘어나면서 인구대비 의사 수가 매년 증가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의협은 'OECD 건강통계'를 인용하며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평균 5.9회) 중에서 가장 높았고, '기대수명, 주요 질병별 사망률, 영아사망률' 등 주요 지표도 OECD 평균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의협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 및 의료접근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 경실련 주장 조목조목 비판한 의협 "韓 치료가능사망률, OECD 두 번째로 낮아"


의협의 이번 성명서는 조 장관이 지난 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료계와 조속히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이후 의대 정원 확대 요구가 다시 불붙는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경실련은 일주일 뒤인 지난 16일'지역 의료격차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천·전남·경북을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꼽으며,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려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의협은 이날 성명서에서 경실련이 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의 근거로 제시한 '2021년 OECD 건강통계' 항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경실련이 해당 자료를 인용해 우리나라의 치료가능사망률(AM) 42.0명이 높은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는 집계 시점인 2019년 기준 OECD 32개국 중 스위스(39.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란 것이다. 의협은 "우리나라의 치료간능사망률은 OECD 평균(74.4명)대비 우수할 뿐 아니라 인구 1000만명 이상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다"며 "이 수치만 봐도 경실련이 통계자료를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치료가능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46.95명)의 수치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OECD 5위 수준에 해당돼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질 지표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의협의 논리다.

의협은 "경실련에서 예를 들고 있는 지방의료기관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문제점이 단순히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의협은 "필수의료에 대한 저수가 문제,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 지원 대책 부재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리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국민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3년 전 악몽 재현되나…의료계-정부 갈등 반복 가능성도


의협이 내놓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해결책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전공의 및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공공의료 분야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 △필수·공공의료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전폭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필수·공공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및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이다. 의협은 "국가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취약지역과 기피분야에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충분한 보상·처우개선과 같이 유인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의협은 2020년 정부가 내놓은 ‘의대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나선 바 있다. 일부 의대생들은 그해 9월로 예정돼 있던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2년 반 전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의협은 이날 성명서 말미에서 '9.4 의정합의'를 거론하며 "공공의대 및 의대정원의 경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는 합의사항을 준수해 달라"고 강조하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재거론하자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의대 설립 및 대학병원 설치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라남도와 전라남도의회는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라남도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의료 취약지' 전남에 국립의대를 설립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국정과제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며 지역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충북 지역은 의료인력과 기관 등 인프라 부족으로 높은 사망률과 의사부족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의료 취약 지역인 충북지역의 의대 정원을 최우선 증원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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