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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 논단]두더지 게임으로 변한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羅사퇴에 安으로 비윤 세력 모일라

교통정리 나설수록 반작용도 커져

오히려 '尹心의 역설' 갇혀버린 용산

전대 이후 당내 분열 치유가 급선무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여당이 자신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해 줄 수 있는 여당 지도부의 지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이는 야당의 강한 반대가 예상되는 중요한 정책 추진을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대통령 정책 어젠다의 추진이나 입법에는 일차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대통령의 의지를 여당 의원 간에 공유하게 하고 야당의 반론을 공박하면서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여당 지도부의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여당 지도부가 지니는 중요한 역할을 두고 볼 때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이 여당 친윤 핵심 세력에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당연하다. 이는 2024년 제22대 총선의 진두지휘 및 이를 위한 공천 작업 수행, 그리고 온갖 진통이 예상되는 연금 개혁 등 일련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 대표가 자칫 ‘자기 정치’의 유혹에 빠지면 당내 분란의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사뭇 골칫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 대표 선출과 관련돼 친윤 핵심 세력이 지금까지 일을 처리해 온 방식을 보면 지나치게 공세적이고 한편으로는 너무 낙관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의 일사분란한 당내 정지(整地) 작업 과정에서 곳곳에 저항과 불협화음이 제기되는데도 이를 경청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점점 더 두더지 게임 속으로 몰입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에서 갑자기 머리를 내밀지 모를 각종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는데도 마치 망치를 계속 두드리면 더는 두더지가 안 나오리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 말이다.



국민의힘 친윤 핵심 세력은 먼저 친윤 색깔이 선명한 당 대표를 선출하고 친윤 당 대표를 통해 공천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 후 이어서 총선에 승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 단계가 매끈하게 해결되면 다음 단계 역시 순조롭게 이뤄지리라고 보는 것이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또 각 단계에서 터져 나올 수 있는 돌발 변수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미처 예상하지 않았거나 애써 외면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일상의 국민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과정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궤적으로 달려가는 듯하다.

우선 첫 단계에서부터 국민의힘 친윤 핵심 세력은 상당한 무리수를 두면서 두더지 게임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100% 당원 투표를 통해 당 대표를 뽑기로 당헌을 개정해 유승민 전 의원처럼 당 밖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의 경쟁력을 억눌러 그런 대로 큰 물줄기를 잡아 나가나 싶었다. 그런데 나경원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어 당 대표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자 친윤 핵심 세력은 다시 총공세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자 이번에는 당 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친윤 핵심 세력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은 1차 투표에서 당원 과반 득표로 승리하지 못하면 결선투표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애초에 결선투표제는 한 차례 투표로만 당 대표가 결정되면 친윤 후보의 난립으로 표가 분산돼 비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우려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의 출마 포기 선언 이후 이제 결선투표에서는 친윤 후보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친윤 후보를 견제하자는 논리가 득세해 친윤 색깔이 상대적으로 약한 안 의원이 의외로 선전할 수도 있는 묘한 상황이 됐다. 물론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와 실제 당원 투표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당 대표 선출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전투구가 계속될 것이다. 그 후 국민의힘은 총선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당내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스란히 기억에 담아 둘 국민을 생각하면서 진정 국민의 힘을 얻는 정당이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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