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경로당에 설치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서 곰팡이와 세균이 ‘득실득실’ 거리는 등 위생 관리 실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설치에 국비와 도비 등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전남도 등 행정당국의 사후관리 미흡으로 당초 사업 취지와는 엇박자 행보인 노인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보급은 지난 2018~2019년에 정부가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전국 경로당 등에 지원한 사업으로 당시 전남도는 경로당 9212개소에 총 1만139대, 총 127억 원(국비 318억 원, 도비 286억 원, 시군비 66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이처럼 막대한 사업비가 들었지만, 전남도내에 설치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남도의 안일한 행정은 전날 열린 2023년 보건복지국 업무보고에서 김호진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나주1)의 날카로운 질의에서 생생하게 드러났다.
김호진 의원은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인데 설치돼 있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살펴보면 곰팡이, 먼지 등에 쌓여 제 기능은 커녕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전남도가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설치 이후 지난 5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관리 점검만 했고 자체적으로 설치한 에어컨은 현황자료 조차 없다”며 “그동안 무관심과 뒷짐 행정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내 곰팡이 포자는 코막힘, 인후염, 기침 등 자극을 유발하는 물질로 특히 노인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2차 감염과 호흡기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호진 의원은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건강한 여가활동을 하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전남도의 책무”라며 “경로당 관리업무를 시·군에만 맡기지 말고 협력체계를 강화해 도에서 적극 관리에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상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사업 당시 사후관리는 시·군에서 하도록 돼있어 미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어르신들 건강보호를 위해 예산, 관리 방법 등 시·군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고 사후관리에도 더욱 신경쓰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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